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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명절과 기념일

다시 꺼내보는 그리운 영국 크리스마스 추억, 폭풍 감동

by 영국품절녀 2025. 12. 2.

우리 딸이 뱃속에 있었을 때 (2014년생) 영국을 떠나왔으니, 벌써 만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꽤 오래전 일이지만, 영국에서의 시간들이 워낙 파란만장하고 특별해서인지, 여전히 제 삶의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오늘, 딱 2025년 12월이 되자마자 문득 영국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오네요. 영국의 12월은 '크리스마스가 전부'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영국 사람들은 10월부터 12월까지 오직 이 크리스마스를 위해 살아가는 것 같거든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백화점이나 교회마다 예쁜 장식과 불빛이 반짝이지만, 딱 그 정도 느낌이잖아요.

제가 유독 영국의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하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로 그곳에서 만난 잊지 못할 고마운 분들 덕분이었어요.

타국에서 외롭고 힘들게 유학 생활을 하던 저희 부부에게는, 정말 각별한 영국 가족이 있답니다.

1. 다시 찾은 영국, 그 따뜻한 환대
2015년 여름, 남편의 박사학위 수여식 참석차 영국을 다시 방문했어요. 7개월 된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챙길 것도 많고 힘든 기억도 많았지만, 설렘도 무척 컸죠. (사실 유럽 여행을 위해 모유 수유도 딱 이 시기에 맞춰 분유로 갈아타 버릴 정도로요)

사실 영국을 떠나기 전, 저희가 다니던 영국인 교회 목사님께서 "영국에 오면 언제든지 우리 집에 머물라"고 하셨어요.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렸는데, 아쉽게도 그 시기가 하필 목사님 내외분의 휴가 기간이더라고요. 저희는 고민 끝에 평소 친하게 지냈던 영국인 부부에게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저희가 영국 캔터베리에 살 때, 이 가족과 정말 가장 가까이 지냈어요. 서로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일이 잦았는데, 사실 저희가 초대받은 적이 훨씬 많았답니다. 그분 댁 막내아들이 남편과 같은 국제정치학을 전공해서, 대학에 입학할 때는 남편이 책을 선물로 주기도 했었지요. 무엇보다 매년 성탄절 만찬에 초대해 주신 것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에요.

그분들 역시 저희가 캔터베리를 떠날 때 "언제든 편하게 연락하고 우리 집에 머물라" 고 말씀해 주셨었죠. 다행히 그분들의 여름 휴가 일정과 겹치지 않아서, 저희는 흔쾌히 그 댁에서 묵기로 했답니다. 저희는 여행 준비를 하면서, 감사한 마음을 담아 그분 가족에게 드릴 선물도 잊지 않고 챙겼어요.

캔터베리에 머무는 내내, 그분들의 환대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어요. 이메일을 통해 저희에게 "무엇이 먹고 싶은지", "아기 침대와 장난감이 필요하면 준비해 주겠다"고 먼저 물어봐 주셨지요. 이메일 속에 묻어나는 따뜻함에 저희 부부는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답니다.

                                                                                우리 가족이 묵었던 영국 집

 
영국 캔터베리에 살면서 이들 가족과 가장 친하게 지냈었습니다. 저희는 서로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물론 초대를 받은 적이 훨씬 많습니다. 그 분 막내아들이 남편과 같은 국제정치학 전공이라 대학에 입학할 때에는 책 몇 권을 선물로 주기도 했었지요. 무엇보다 매년 성탄절 만찬에 초대해 준 것은 정말 잊지 못할 정도이지요. 그 분들 역시 저희가 캔터베리를 떠날 때 영국에 오면 편하게 연락하고 자신들의 집에 머물라고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그 분들의 여름 휴가 스케줄과는 겹치지 않아서 그 곳에서 묵기로 했지요. 저희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분 가족들에게 줄 선물 역시 잊지 않고 준비했습니다. 

캔터베리에 있는 내내 그 분들의 환대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저희에게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물어보시면서, 아기 침대와 장난감이 필요하다면 준비해 주신다고 하셨지요. 저희는 이메일 속에 묻어나는 그분들의 따뜻함에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그분들의 가정에서 3박하는 동안 대접받은 저녁 식사 대공개~

                                                    영국 가정에 초대받으면 종종 나오는 대표적인 영국 음식인 
                                                                    Sheperd Pie (양치기 소년(?) 파이)

 

마지막 저녁식사라 특히 신경 써 주신 듯한 크리스마스 정찬

 

       베리를 직접 따서 만들어 주신 디저트 (Berries Oatmeal)
 

밤마다 고소한 향으로 직접 구워 아침에는 신선한 빵을 주셨어요.
버터에 발라 베어 물면 진짜 맛있어요.

 

2. 피자 한 판의 감동, 그리고 새벽 배웅
저희는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어서, 준비한 선물 외에 남편의 졸업식에 그분들을 초대했어요. (영국 대학 졸업식은 티켓을 구매해야 입장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졸업식 후 늦은 저녁에 집에 돌아와 보니, 또 한 번 감동의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를 픽업해 주신 그분 댁 남편분이 "집에 오면 배고플까 봐" 걱정하며 직접 구운 피자를 내어주시는 거예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홈메이드 피자는 처음이었어요. 저희 부부는 정신없이 먹기 바빴죠. 행사 내내 얌전하던 우리 아기는 그제서야 "나도 밥 달라"는 듯 크게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요. 

 

그분들에게 받은 환대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바로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저희가 졸업식 다음 날 프랑스 파리로 떠나야 해서 캔터베리 근처의 Ashford역으로 새벽 일찍 이동해야 했거든요. 저희는 캔터베리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 부부가 이른 새벽에 저희를 차로 약 30분 떨어진 Ashford 역까지 태워주시는 거예요! 이제는 황송하다 못해 죄송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지요. 아기 때문에 차마 사양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저희의 모습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정말 큰 민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희는 떠나는 당일, 미리 서울에서 준비해 간 선물 외에 Gift Card를 또 전해드렸어요. 저희가 받은 환대에 비하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죠. 오히려 안 받으시려고 해서 저희가 더 민망했답니다. 덕분에 저희는 무사히 제시간에 역에 도착해 파리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후, 이대로 있을 수 없어서 장문의 감사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답장이 왔어요.

"우리는 타인에 의해 사생활이 침해받는 걸 즐기니 괜찮아요. 우리 역시 너희 부부와 아기를 만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지내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너희가 떠날 때 아기 담요와 일부 장난감 등 짐 일부를 빠뜨리고 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에 오면 꼭 다시 연락해요."

3.  따뜻한 만찬이 남긴 감동
남편이 박사 2년 차 겨울에 제가 한국에 잠시 귀국했을 때에도, 혼자 성탄절을 맞을 남편이 안쓰러워 그 부부는 성탄 만찬에 초대해 주셨어요. 남편은 너무 감사하게 초대에 응하면서도, 혹시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석사과정 학생과 동반해도 괜찮을지 조심스럽게 전화로 여쭤봤지요. 물론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 가족과 성탄 만찬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그 학생이 남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형님. 저는 오늘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저 영국인 가족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그때는 부부의 모든 자녀도 함께였습니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영국 최고의 대학 출신으로 대학 교수이자 큰 회사 중역으로 각각 일하면서도 자선단체 봉사까지 열심히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남편은 진정한 신앙인의 삶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분들이야말로 종교인이 가져야 할 따뜻한 품성과 올바른 행동을 동시에 지닌 분들이었던 거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저희에게뿐만 아니라 캔터베리에 잠시 머물렀던 많은 사람들이 그분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고 해요.

그 당시 그분들을 보면서 저 역시 제 삶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답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따뜻한 마음이 가득 담긴 영국의 가정식은 여전히 너무나 그립습니다. 특히 성탄절에 함께 먹었던 그분들의 크리스마스 만찬이 12월이 되니 더욱 생각이 나네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꼭 그분들께 연락을 드려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