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 일기 #10]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어느덧 10번째 일기네요. 오늘은 7년의 기다림 끝에 영국에서 기적처럼 찾아왔던 아이, '까롱이'의 요즘 근황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벌써 키는 160Cm 에 가깝고 신발 사이즈도 저와 같을 정도로 훌쩍 커 버린 기분입니다.
마라탕, 요즘 아이들의 '소울푸드'
올해 13살이 된 딸과 대화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있습니다.
"엄마, 나 오늘 마라탕 수혈(Regular fix of Malatang)이 필요해!"
요즘 초, 중등 아이들이 마라탕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집 근처 마라탕 가게만 봐도 삼삼오오 초중등 아이들이 마라탕을 먹는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어요. 저희 딸도 그렇답니다.
3학년부터 먹기 시작한 마라탕을 3년 내내 정기적으로 먹어 줘야만 하는 건지....
🍲우리 딸의 마라탕st 은요?
- 야채- 오로지 숙주, 팽이버섯
- 분모자, 넓적 당면, 떡, 옥수수면, 꼬치, 감자, 건두부
- 무조건 "양고기" 가득

처음엔 "그 매운 걸 왜 자꾸 먹니?"라고 물었지만, (너무 자극적인 맛이 안 좋을 것만 같은 😱)
요즘 한국 초등·중등 아이들에게 마라탕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하나의 '놀이 문화' 이자 '사교의 장' 입니다.
급기야 초등학교 급식에도 마라탕이 나온다는 것 아세요?
마라탕 가게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익숙한 솜씨로 집게를 들고 숙주, 분모자, 푸주, 옥수수면을 담는 손길은 흡사 장인의 모습 같아요. 3년 전 우리 딸이 마라탕을 처음 먹고 난 소감은 ??
"엄마, 난 마라탕에서 팽이버섯이 제일 맛있었어!! 엥(??)
다음에는 팽이버섯 더 많이 넣어서 먹을꺼야~~"
이게 무슨... 마라탕을 통해 팽이버섯의 맛을 알게 된 것이 웃기면서도 다행인건지 😋
"엄마, 이건 꼭 넣어야 국물 맛이 살아!"
저에게 마라탕의 세계를 전수하는 13살 딸. 땀을 뻘뻘 흘리며 마라탕을 폭풍 흡입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합정역에서 배터리 1%로 저를 떨게 했던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훌쩍 컸음을 느낍니다. 😂
마라탕 한 그릇에 담긴 소중한 수다
사실 제가 마라탕 가게를 딸과 가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얼큰한 국물을 마주하고 앉으면, 사춘기 딸의 입에서 학교 생활, 친구 고민,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까지 술술 나오거든요. (저도 가끔 마라탕 먹는 걸 좋아하긴 해요 😝)
마라탕 한 그릇의 값으로 딸아이의 '속마음' 을 살 수 있다면, 엄마인 저에게는 이보다 더 남는 장사가 없지요! 🍜✨
딸도 엄마가 자신을 위해 마라탕을 사 주고 함께 먹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지 그 날은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답니다. 🙂
우리 신랑도 아이들과 마라탕 데이트를 그렇게 자주 하곤 해요. (아빠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

Q. 도대체 왜 유독 한국에서 특히 마라탕이 인기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요?
1. SNS를 통한 마라탕 먹는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먹방
2. 다양한 음식 문화를 추구하는 MZ 취향 저격
3.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 하는 분위기에 아주 쉽게 빠져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
더 재미있는 사실은요~ (출처: reddit)
한국식 마라탕을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은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나라에서 파는 마라탕은 별로라고 느껴진다고 합니다. 확실히 중국 마라탕도 우리 입맛에 맞게 재료가 조합이 되어 지금의 맛있는 마라탕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해요. 😋
한편 초등 딸에게 왜 마라탕을 먹고 싶은지 물어봤더니??
1. 유행하니까 2. 재료 담는 재미 3. 맛있어서

그런데 제 생각에는 "한국인들의 매운 맛 중독성이 마라탕의 맛" 과 통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영국에서 약 7년 정도 살다가 귀국해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매운 맛" (spicy) 이 극단적으로 변한 거에요. 엽기 떡볶기가 그 중심에 있을 정도로, 비슷한 류의 떡볶기 브랜드들의 맛도 하나같이 다 매운 맛 투성 (단계별 맵기) 이에요.
라면도 점점 다양한 레벨의 매운맛이 출시되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매운 맛을 즐기는 MZ 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하긴 하지만요,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적인 불황이 계속되면서 매운 맛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마라탕처럼 향이 강하고 매운 맛의 음식들이 유행하는 것이 참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그저 한 때 유행이겠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매운 음식은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먹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마라탕이 요즘 어린 세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은 우려가 되기도 한답니다. 더군다나 건강에도 그리 좋지 만은 않은 칼로리 폭탄 음식이기도 하니까요.
며칠에 한 번은 꼭 마라탕을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딸을 보며,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영국에서 널 가졌을 땐 감자튀김만 먹었는데, 넌 어쩌다 이 얼큰한 맛에 빠진 거니?'
이제는 10살 아들마저 유치원 동기와 마라탕 먹기로 약속을 했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