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9]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오늘은 정말 심장 쫄깃했던(?) 최근의 경험 하나를 들려 드리려고 해요. 당시에는 무척 심각했지만, 이제는 편하게 읽으시면서도 작은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옥 같았던 ''화요일 저녁 6시"
얼마 전, 다시는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지옥 같았던 1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우리 아이들은 (13세 & 10세) 근무하는 센터로 버스를 타고 옵니다. 그날따라 제가 너무 바빴는데, 아이들이 센터에 도착할 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없는 거예요. 전화를 걸었더니 웬걸, "엄마, 여기 홍대야~~"라는 말에 저는 '음, 동교동을 거쳐서 오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깊게 생각 안 하고 "그래, 얼른 와!" 하고 끊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 부분이 제 가장 큰 실수였죠!!!)
제가 있는 곳은 이대역 근처거든요. 😧 (이대역 오는 버스가 아닌 홍대역으로 빠지는 버스를 잘못 탐)
몇 십 분 후, 당연히 도착해 있어야 할 시간인데 다시 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나 여기 합정이야~"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한 두 번 가보긴 한 곳이지만... 그때는 낮이었기에)
아! 그 순간, 춥고 어둑어둑해진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에, 아이들이 엉뚱한 곳에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캔했어요.
당장 주변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해서 확인하고는,
"엄마가 지금 바로 그 곳으로 갈게! 합정역 10번 출구에서 만나자."라고 말했습니다.
⏳ 너무도 길었던 1시간의 사투, 1%의 배터리
내비게이션에 합정역을 찍어보니 약 30분 거리.
"추우니까 30분 뒤에 10번 출구 앞에서 꼭 만나!" 하고 출발하려는데, 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엄마, 나 휴대폰 배터리 1% 남았어. 😭😨 "
결국 그 말과 함께 저는 소리를 왁~ 질러 버렸어요~~~ "왜 충전 안 하고 나왔어!!!!!!!!" 😡😱
그리고는 얼마 안 되어 휴대폰은 픽- 꺼져버렸습니다.

문제는 퇴근 시간의 지옥 같은 교통 체증! 30분 안에 가야 한다는 마음은 급한데, 도로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 답답함이 폭발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니까 10번 출구 앞에서 잘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하는 믿음 하나로 버텼죠.
시간이 갈수록 기도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
"오 주님!!!!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 주세요~~"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엄마, 지나가던 예쁜 언니가 휴대폰 빌려줘서 전화했어.
왜 이렇게 안 와~~😔"
다시 늘어난 도착 시간을 알려주며 몇 분 뒤에 도착할 테니 거기서 꼭 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10분이 지나자 또 다른 번호로 전화가! (나중에 들으니, 예쁘고 착하게 생긴 언니한테만 빌려달라고 했다더군요. 요즘 얼마나 위험한 세상인데....)
결국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겨우 합정역 근처에 차를 세우고, 미친 듯이 10번 출구로 달려갔습니다. 10번 출구 앞에는 아이들이 없는 거예요. 순간 저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 10번 출구 안으로 들어가서

"OO야!" 하고 딸의 이름을 불렀더니, 아니나 다를까, 두 아이 모두 꼼짝달싹 안 하고 합정역 10번 출구 안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아들은 엄마를 보자마자 해맑게 웃고, 딸은 안도감과 혼날까 봐 굳은 표정.
딸의 얘기로는 처음에는 엄마가 금방 올 것만 같아서 10번 출구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대요. 그날 매서운 바람과 함께 영하권 날씨였거든요. 지나가는 분들이 "왜 여기 밖에 있냐?"라고 해서 엄마 기다린다고 했더니 역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했다네요.
일단 무사한 아이들을 보니 안심이 되었지만, 휴대폰 충전을 안 한 딸에게 폭풍 잔소리를 했죠. (알고 보니 버스를 잘못 타서 정류장을 놓친 거였어요! 그걸 모르고 한참 간 거에요~~)
나의 어린 시절, 그 밤의 기억
문득, 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중학교 시절, 학원을 다녀오다가 잠깐 졸아 버스 정류장을 지나쳤는데요, 그 당시 밤이라 너무 무섭고 휴대폰도 없고 울면서 다시 버스가 온 길을 되돌아 걸었던 적이 있었어요. 🚌
한참 걸어오다가 제가 버스 정류장에서 안 내려 혹시나 정류장을 지나쳤을까 예상했던 엄마가 저를 찾는 모습을 보고 폭풍 눈물이 터지면서 엄마에게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에 제가 자랐던 때와 지금의 서울 밤은 아이들에게 있어 상당히 위험합니다. 특히나 요즘에는 아무에게나 휴대폰을 빌려 주는 것도 불안하잖아요.
다행히도 그날 저를 안심시킨 것은 "아이들이 제 말을 믿고 꼼짝없이 합정역 10번 출구"라는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다는 신뢰와, 아이들에게 선뜻 휴대폰을 빌려 준 익명의 시민들이라는 '따뜻한 안전망' 이었습니다.
약 한시간 이상을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오리라 믿고 기다린 침착함과 대담함'도 대단했지만,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아이들을 지켜준 것은 결국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사회의 따뜻한 연결고리'가 아니었을까요?
모든 순간이 성장의 기록
돌이켜보면, 저는 아이들이 딱 그곳에서 엄마를 기다릴 것이라고 믿었고, 아이들은 저를 닮아 대담하게 약속을 잘 지켜낸 것이었습니다. 신랑은 "엄마도 대단하고, 너희들도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죠. (저는 신랑이 너무 놀랄까 봐 이 사건의 전말을 나중에야 살짝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날 우리 아이들은 집에 오자마자 완전히 뻗어버렸지만, 아찔했던 1시간은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 절대 잊지 못할 '성장의 기록'이 되었을 거예요. 저는 아이들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주도적으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바로 부모와 아이의 성장의 기록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 어떻게 대처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