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8]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얼마 전 SNS를 구경하다가 산더미처럼 감자튀김을 쌓아놓고 먹는 '감튀 모임'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MZ 세대들의 유행이라는데, 저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2014년 영국 유학 시절의 강렬한 기억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감튀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독한 입덧 속에서 저를 살려준 '생존의 맛'이었거든요.
📍 영국에서 만난 'All-day Sickness'의 공포
프랑스 태교 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제 입덧은 심각했습니다. 좋아하던 커피와 고기 냄새만 맡아도 속이 뒤집어졌죠. 흔히 입덧을 영어로 'Morning Sickness'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 표현은 참 역설적입니다.
✍️ 올마의 영국 영어 한마디: Morning Sickness
- 의미: 임신 초기의 구역질(Nausea)과 구토(Vomiting) 증상.
- 왜 'Morning'일까? 보통 공복 상태인 이른 아침에 위산 수치가 높아져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저처럼 하루 종일 고생하는 'All-day Sickness'인 경우가 더 많죠!
그 당시 저는 영국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학교에서 한국 문학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아침마다 입덧이 너무 심해 제 학생에게 학교 카페테리아의 오렌지 주스 한 사발을 부탁하곤 했던 웃픈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답니다. 😂
📍 2. 눈치 없는(?) 남편의 영국판 김장 대소동
제가 임신인 줄 꿈에도 몰랐던 신랑은 하필 그 시기에 큰맘 먹고 '영국판 김장'을 단행했습니다. 영국에서 귀한 배추를 구해 정성껏 버무렸겠지만, 입덧 중인 저에게 김치 냄새는 고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결국 신랑은 주방 문을 닫고 혼자 김치를 꾸역꾸역 먹어야 했고, 그 귀한 김치들은 냄새를 견디지 못한 저 때문에 지인들에게 강제 나눔 파티가 되었습니다. 해외에 살다 보니 친정엄마의 손맛은 그리운데, 정작 눈앞의 김치는 거부해야 했던 '음식 혐오(Food Aversion)'의 시기였죠.

그 당시 임신 사실을 알고 주변 지인 분들께 소식을 알렸더니,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아이는 부부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
앞으로 너희들의 삶은 이전과는 많이 다를거야~
저는 이 말을 이미 입덧으로 인해 온 몸으로 체감했지요. 아예 요리는 접었고요. 밥, 고기 냄새 맡는 것도 무척 싫었고요. 전에는 얼마나 먹고 싶은게 많았던 저인데, 그 당시 저는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았어요. 신랑이 남들은 "뭐 먹고 싶다, 사와라" 하는데 "왜 넌 아무것도 안 먹고 싶다고 하냐?" 고 의아해 하기도 했지요.
입덧은 저에겐 'All-day Sickness'였죠. 특히 신랑이 정성껏 담근 김치 냄새는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향기(?)였답니다." "I had severe morning sickness." (저는 입덧이 정말 심했어요.) 친정 엄마는 입덧이 없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했지만요.
📍 나의 입덧 구세주, 맥도날드 감자튀김과 '칩스(Chips)'
한국 음식은 냄새도 못 맡던 제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었던 건 놀랍게도 '맥도날드 감자튀김'이었습니다. 갓 튀겨낸 짭조름한 감튀 한 입이면 울렁거리던 속이 신기하게 가라앉았죠. 영국에서는 우리가 아는 얇은 감튀 외에도 '칩스(Chips)'라고 불리는 두툼한 감자튀김이 대세입니다. 영국와서 처음 맛 본 두꺼운 칩스가 너무 맛있어서, 정말 한동안 중독된 것처럼 매일 신랑과 먹었답니다.

- 영국식 칩스 즐기기: 영국인들은 칩스에 비네가(식초)와 소금을 팍팍 쳐서 먹는 걸 좋아합니다. 처음엔 생소했지만, 입덧 중에는 그 새콤 짭짤한 맛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임신 중 미친 듯이 당기는 음식인 '크레이빙(Craving)'이 제게는 바로 이 감자튀김이었습니다. 🍟
📍 4. 추억의 맛이 트렌드가 되어 돌아오다
요즘 MZ들이 즐기는 ‘감튀 모임’이 누군가에게는 가성비 놀이일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기적 같은 아이 ‘까롱이’를 기다리던 간절한 시간의 증거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딸도 감튀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좋아하죠. 지금도 가끔 영국 여름 해변에 앉아 종이백에 든 피쉬앤칩스를 먹던 로망이 떠오릅니다. 2년 후 우리 가족이 다시 유럽 여행을 떠난다면,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산더미 같은 감자튀김을 쌓아놓고 그 시절의 '생존기'를 들려주고 싶네요.


- 올마의 현지 꿀팁: 영국 마트 냉동 코너는 정말 거대해요! 저는 국민 브랜드 맥케인(McCain) 부터 테스코(Tesco) 자체 브랜드까지 집에서 자주 즐겼어요. 펍에서 갓 튀긴 칩스에 완두콩 퓌레(Mushy Peas)를 곁들여 먹던 그 맛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제 인생의 한 페이지입니다.
여러분의 임신 기간 '구세주'는 어떤 음식이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