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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차 부부가 말하는 결혼기념일, 그게 뭔가요?

by 올마 2026. 1. 27.

[얼마 일기 #4]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어제인 1월 26일은 저희 부부의 결혼 18주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18주년이라는 거창한 숫자와 달리, 저희 집은 평소보다 더 고요했습니다. 꽃다발도, 근사한 레스토랑 예약도 없었거든요. 심지어 저는 며칠 전까지 날짜를 헷갈리기도 했고, 신랑 역시 특별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기특한 딸이 준비한 커플템)

남들이 보면 "너무 무심한 거 아냐?" 하겠지만, 저희 부부는 여느 날처럼 저녁 식사를 함께 차리며 아무런 말이 없어도 서로 괜찮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나누고 있었지요. 그리고 맛있게 소불고기로 아이들과 저녁식사로 마무리했습니다.


13년 전, '서운함'으로 전쟁을 치렀던 5주년의 기록


사실 저희가 처음부터 이렇게 '쿨한' 부부는 아니었습니다. 전에 쓴 블로그 기록을 들춰보니 13년 전인 5주년 기념일엔 아주 대판(?) 싸웠더라고요. 당시 저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습니다. 눈엔 다래끼가 나고 입술엔 포진까지 생긴 최악의 컨디션이었죠. 괜히 기념일에 무심해 보이는 신랑이 야속해 "왜 이렇게 집요하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일주일 동안 신랑을 달달 볶았습니다.

결국 기념일 당일, 저희는 화사한 햇살을 뒤로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잤습니다. '기념일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는구나' 싶어 우울함이 극에 달할 때쯤, 신랑이 저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동네 맛집 단골 중국 뷔페였죠.

"Wonderful Wife" 남편이 건넨 최고의 훈장
기대 없이 앉아있던 제게 신랑이 건넨 건 빨간 봉투 속 핑크색 카드였습니다.

 

 

"매일매일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더 사랑해.
같이 있어줘서 고맙고, 너의 존재만으로 고마워."

카드 문구가 너무 좋아서 골랐대요. 

 

 

사랑스러운 부인에게
같이 있어줘서 고맙고, 사랑해줘서 고맙고,
너의 존재만으로 고마워.
사랑하는 남편이...

 

 

카드를 읽는데 유학 시절의 고생과 5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당황한 신랑은 제 가슴에 'Wonderful Wife'라고 적힌 작은 배지를 달아주며 말했어요.


"울지 마, 너는 남편이 인증한 원더풀 와이프야!"

 

 

 

18년이 지나 깨달은 '기념일'의 진짜 의미


그날의 배지는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랑이 달아준 그 마음만큼은 제 가슴에 훈장처럼 남아 있습니다. 5주년 때는 기념일이라는 '날짜'에 집착해 서로 상처를 주기도 했고, 출산 후에는 육아에 집중하다 보니 결혼기념일을 잊기도 했지만 18주년이 된 지금은 압니다. 기념일은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버텨온 수만 개의 평범한 날들을 축하하는 날이라는 것을요.

날짜를 좀 잊으면 어떻고, 선물이 없으면 좀 어때요. 영국의 추운 집에서 입김을 뿜으며 차를 마시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 곁을 지켜준 이 남자가 여전히 저를 "Wonderful"하다고 믿어주는데 말이죠. 

여러분은 결혼기념일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혹시 날짜를 잊어 서운함에 잠 못 이루는 분이 계신다면, 오늘 밤 옆에 있는 사람에게 배지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세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벌써 이~만큼이나 됐네. 고생 많았어." 그 한마디가 그 어떤 명품 선물보다 큰 온기가 되어줄 거예요

 

21년 전 영국에서 만난 그 남자와 18주년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