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32]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올해 설날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8년 전, 5개월 된 아기를 안고 짐 보따리를 챙기던 초보 엄마가 이제는 시부모님을 집으로 초대해 직접 상을 차려드리는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1. 8년 전의 기록: 죄송함으로 가득했던 초보 며느리의 일기
기록은 힘이 세다고 하죠. 8년 전 설날, 저는 당시 운영하던 '영국품절녀' 블로그에 짧은 글을 남겼습니다. 5개월 된 까롱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시댁으로 향하던 길, 감기에 걸리신 몸으로 불고기와 전을 부쳐놓고 기다리시던 시어머니를 향한 미안함이 가득 담긴 글이었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제가 어머니 대신 명절 음식을 해야겠지요."
당시 막연하게 적어두었던 이 다짐은 8년이라는 세월의 고개를 넘어 드디어 오늘, 현실이 되었습니다.
"8년 전의 기록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시어머니의 명절 스트레스, 며느리가 할일은?]

2. "어머니, 올해 설날은 저희 집으로 오세요"
올해는 명절을 저희 집에서 하기로 큰 결심을 했습니다. 결혼 후 13년(영국 유학 기간 제외) 동안 저는 늘 차려주신 시어머니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 오던 '철부지 며느리'였습니다. 그동안 어머니께서 겪으셨을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어 시부모님을 저희 집으로 모시기로 한 것이죠. 메뉴 선정부터 장보기까지, 친정 엄마와 신랑의 도움을 받아 동네 재래시장을 누볐습니다.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장바구니를 채우는 제 모습이 낯설었는지, 든든한 파트너인 신랑은 대견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이더군요.
3. 명절의 본질: '음식'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명절 음식 준비는 노동이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 솔직히 예전에는 명절 음식 장만이 그저 고된 노동이자 스트레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8년이라는 결혼 생활을 지나오니 이제야 비로소 보입니다. 어머니가 그 힘든 몸으로 전을 부치셨던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자식들을 향한 깊은 그리움'을 굽고 계셨던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어머니처럼 모든 음식을 직접 부치는 '정공법'을 택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고의 진심을 담기로 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갓 부쳐낸 따끈한 모둠전과 잡채, 그리고 엄선한 한우와 제철 과일로 풍성하게 구색을 갖췄습니다.
4. 성공적인 '효도 데뷔전', 그런데 시아버지의 반전 반응은?
저희는 18년 차 부부답게 이제는 눈빛만 봐도 손이 척척 맞습니다. 시부모님 댁에 콜택시를 불러드리고, 도착 시간에 딱 맞춰 신랑과 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8년 전에는 짐 싸느라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던 초보 부부였지만, 이제는 손님맞이 상차림도 여유 있게 해내는 베테랑이 되었네요.
- 메인 요리: 육즙 가득한 한우 구이와 재래시장의 온기가 남은 모듬전
- 사이드: 해남 봄동 김치, 파김치 (친정 공수)
- 국과 밥: 신랑표 소고기 뭇국과 올마표 갓 지은 고슬고슬한 쌀밥
- 어머니의 명절 시그니처: 시어머니께서 직접 만들어 오신 동태 간장조림

완성된 상을 보신 시부모님은 "우리 며느리 너무 수고했다, 음식이 하나같이 맛나는구나"라며 연신 감탄하셨습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시어머니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해드리는 것이 오늘의 제 목표였는데,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어머니, 오늘 정말 손에 물 하나 안 묻히셨네요.
매번 받기만 하다가 이렇게 대접해 드리니 제 마음이 다 시원해요."
제 말에 어머니는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듯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 밝은 표정을 보니, 진작 이렇게 모시지 못한 죄송함과 이제라도 해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고리타분한 옛말이 온몸으로 체감되는 순간, 8년 전 서툴기만 했던 미안함이 따뜻한 행복으로 치유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과일을 대접하며 슬쩍 다음 약속도 잡았습니다. "어머니, 다음 명절부터는 무조건 저희 집에서 하는 걸로 해요. 저희가 다 준비할게요!" 시어머니의 가벼워진 어깨를 보니, 올해 설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기록' 중 하나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습니다. 음식을 정말 맛있게 드시고 "우리 며느리 최고"를 연신 외치시던 시아버님! 식사 후 잠시 눈을 붙이고 쉬시더니, 갑자기 일어나 시어머니께 조용히 말씀하시더군요.
"여보~ 이제 그만 집에 가세."
아무리 아들 집이라도 시아버님께는 내 집 소파가 가장 편하셨나 봅니다. 반면, "난 너무 좋아서 더 있고 싶다"며 아들 가족과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어 하신 시어머니와 귀여운(?) 실랑이가 벌어졌죠.
결국 시아버님은 제가 라떼 맛집에서 직접 셔틀해 온 달콤한 바닐라 라떼 한 잔을 드시면서 한 시간을 더 '견디시다가' 콜택시를 타고 댁으로 향하셨습니다. 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었던 제 진심과, 그래도 내 집이 최고라는 아버님의 솔직함이 교차한 이번 설날. 시부모님을 태운 택시 뒷모습을 보며 신랑과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비록 짧은 만남(대략 4시간 30분)이었지만, 미안함 대신 웃음으로 가득 채운 명절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가슴 벅찬 하루였습니다.😝
✍️ 올마의 다정한 참견: 여러분의 오늘 기록은 미래에 어떤 행복으로 돌아올까요?
몸은 조금 고단해도 마음만은 넉넉한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당장은 서툴고 미안한 기록일지라도, 훗날 꺼내 보았을 때 '그때의 내가 참 애썼구나'라며 과거의 나를 기특해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 여러분의 일상에도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15년 전의 열정과 지금의 지혜를 더해, 우리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들의 진짜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저의 이 작지만 단단한 여정에 여러분도 기꺼이 동행해 주시겠어요? 여러분의 이번 설날은 어떤 '마음의 기록'으로 남으셨는지 댓글로 살짝 들려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