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12]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우리 까롱이가 해외 여행을 다녀와서 자랑 삼아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에게 "난 8개월 때 유럽 여행 다녀왔어." 라는 말을 했다는 아이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그 고생이 헛되진 않았네' 싶다가도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 방학이 끝나면 "어디 갔다 왔어?"가 인사라고 하죠. 마치 방학 숙제를 했는지 안했는지 묻는 것처럼요. 이제 제주도는 기본, 일본이나 동남아는 '동네 나들이' 수준이 된 현실. 특히 국내 여행비가 무시 못하게 비싸져서 차라리 일본이나 동남아로 떠나는 비율이 훨씬 많아지긴 했어요. 해외여행을 안 가면 아이가 위축될까 봐, 혹은 친구들 대화에 끼지 못할까 봐 부채감에 비행기 표를 결제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꼬집어 봅니다.
우리는 왜 비행기를 타야만 할까?
설사와 시차 부적응 등 사투를 벌이며 "누구 좋자고 왔나" 자책했던 그 유럽 여행. 그런데 12년이 지난 지금, 사춘기 딸은 친구들 사이에서 "난 8개월 때 유럽 다녀온 여자야" 라며 당당히 말하곤 합니다. 기억 한 조각 없으면서 말이죠. 친구들 앞에서는 당당하게 부심을 부렸지만, 엄마 앞에서는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한다는 소리가~
난 기억이 하나도 안 나 😭
맞습니다. 8개월 아기가 어떻게 기억을 하겠어요? 그저 그 때 찍은 사진들과 영상들 그리고 아빠와 엄마가 기억하는 에피소드들이 우리 까롱이가 유럽여행을 다녀 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지요.

제 지인들도 해외 여행 다녀 온 자녀의 친구들 때문에 급하게 다낭, 싸이판, 일본을 다녀 왔다는 말들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있습니다. 얼마나 한국인들이 다낭을 많이 갔으면, '경기도 다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에요.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엔화 가격이 떨어져서인지 일본 가족 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작년부터 우리 집 아이들은 "귀멸의 칼날" 을 좋아해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하필 같은 반에서도 일본을 다녀오는 친구들이 꽤 많아 여행 선물을 꽤 많이 받아 오는 거에요.
갑자기 10살이 된 우리 아들 (까롱이 남동생)이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한다는 말~
누나는 8개월 때 유럽 가고, 작년에는 필리핀 영어캠프도 가고....
나 혼자만 해외 여행을 가 본 적이 없어. 😭
아!!!!! 저도 그 말에는 잠시 할말을 잃었어요. 그리고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디 가고 싶은데?"
역시나 "일본"
전 "귀멸의 칼날" 때문인가 보다 라고는 했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우리 아들은 일본여행을 가고 싶은 소박하고도 원대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온천과 일본 온천의 차이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요"

원래부터 우리아들은 뜨거운 국밥과 뜨거운 물로 목욕을 즐깁니다. 이번 방학에도 온천 여행을 다녀 왔을 정도로 아들의 온천 사랑은 대단해요. 특히 최근에 아빠가 일본으로 워크샵을 다녀 왔는데, 첫 마디가 "아빠, 일본 온천은 우리나라 온천보다 뜨거워요?"🤣
'의무'가 된 해외 여행,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현재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우리 아들의 간절함을 보면 당장이라도 일본행 비행기 표를 끊어주고 싶지만, 매일 해야하는 중요한 일정이 있어 이번 겨울방학은 아무 곳도 갈 수가 없게 되었어요. 신랑은 갑자기 일본 여행 패키지를 저에게 알아보라고 했지만 제가 만류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한 행동과는 사뭇 다르지요? 😝)
방학마다 필수 코스가 되어 버린 해외여행은 부모에게는 준비 과정부터 카드값 고지서까지 또 다른 노동이자 숙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롭다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떠나면 되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해외 여행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답 할 수 있습니다.
해외 여행 (경험)은 아이에게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나는 그 안에서 꽤 괜찮은 존재라는 감각을 가져 옵니다. (해낸 경험👌)
아이는 책에서 배운 문화의 차이를 직접 경험으로 느끼며, 자기가 본 만큼 사고의 범위도 넓어집니다.
💡 올마가 제안하는 '의미 있는' 가족 해외여행 준비법
- 아이들이 진정 가고 싶은 나라와 이유 묻기
- 그 곳을 가기 위한 우리 가족들이 해야 할 준비 및 실천 (비용 준비, 외식 줄이기 등)
- 그 나라에 대한 배경 지식 쌓기 (책, 인터넷 등)
그냥 막연하게 "남들 따라 해외여행" 이 아닌 우리 수준과 상황에 맞게 가족들이 협의해서 해외 여행을 함께 준비를 한다면 저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상관없이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려고 우리는 일을 하잖아요. 🙂
제가 11번째 글에서 쓴 것처럼 "엄마가 힘들면 여행은 고역"이 되는데, 우리는 너무 보여주기 식의 여행이나 의무감에 쫓긴 여행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봅니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방학 맞아 아이와 떠난 해외 여행 사진들로 엄청나게 넘쳐 납니다. 저렇게 다양한 일거수 일투족 사진들을 찍으려면 엄마는 항시 휴대폰만 들고 있어야 하는 현실, 우리 다 알잖아요!
진짜 여행은 '장소'가 아니라 '찐 경험'에 있습니다. 딸아이가 8개월 때의 유럽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건, 물론 친구들에게 지기 싫은 부심이면서도 "엄마 아빠가 나를 위해 그 고생을 하며 데려갔다"는 사랑의 증거를 사진으로 간접 경험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해외 여행을 가고 싶은 이유는 새로운 재미를 경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제일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에게 왜 해외 여행을 가고 싶은지?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단순히 해외여행 다녀 온 친구들이 부러워서 막연히 가고 싶을 수도 있어요. 그럴 때에는 아빠 엄마가 스스로 생각하는 해외로 떠나는 가족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 주면서 아이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은 그냥 재미로 남들 따라 가는 여행이 아닌 진정한 가족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거에요. 아이들은 부모가 그들의 환경이라는 사실 꼭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