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46]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오늘은 조금 속물(?) 같지만,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솔직한 욕망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가 영국에 살 때, 아직 아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내 아이는 꼭 여기 보내고 싶다!'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찜해뒀던 학교가 있었어요. 바로 그 유명한 명문 사립, '킹스 스쿨(King's School)'입니다.
그 학교만의 고풍스러운 교복을 입고 캔터베리 대성당 근처를 오가는 학생들을 보면, 마치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죠. 7세기부터 이어져 온 그 압도적인 역사와 분위기에 취해, 당시 킹스 스쿨에 아이를 보내고 있던 한국인 지인분을 정말 자주 만났습니다. 사실 지인을 만날 때마다 제가 더 눈을 반짝이며 킹스 스쿨에 대해 '취재'하듯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어요.
"거긴 정말 뭐가 달라요? 정말 해리포터처럼 기숙사 생활을 하나요?"
지인을 통해 들은 학교 시스템은 그야말로 '교육의 정점'이었습니다. 단순히 국영수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라틴어와 고전 문학을 읊고, 펜싱과 크리켓을 즐기며, 오케스트라와 예술적 감각까지 갖춘 '작은 신사 숙녀'를 길러내는 완벽한 인프라였죠. 돈만 있다면, 아니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내 아이에게 이런 세상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던 시절이었습니다. 😅
영국 사립학교 "학비 20% 인상" 대처하는 법
그런데 최근 들려온 영국 뉴스는 제 추억 속 그 '드림 스쿨'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들었습니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사립학교 학비에 20% 부가세(VAT)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2025년부터 적용되는 이 정책으로 인해, 이미 연간 수천만 원을 호가하던 학비가 하룻밤 새 수백, 수천만 원 더 오르게 된 것이죠. 이제 킹스 스쿨 같은 명문 사립은 정말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1. 공립 교육으로의 전환 검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국 엄마들도 이제 전략을 바꾸고 있습니다. 사립학교 대신 고품질의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공립 교육기관으로 눈을 돌리기도 합니다. 사립학교 학비를 내느니 그 돈으로 차라리 '남부 학군지'로 이사를 가는 거죠. 실력 있는 아이들만 엄선해서 뽑는 명문 공립,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에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처음엔 저도 그래머 스쿨이 '문법 학교'인 줄 알았어요. 😝 그런데 알고 보니 피 튀기는 입시 전쟁터더군요.
특히 켄트나 버킹엄셔 같은 영국 남부에 이런 명문 공립들이 몰려 있다 보니, 이제 남부 학군지의 집값과 월세는 '부르는 게 값'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제가 석사를 했던 브리스톨에서도 그래머 스쿨 근처 집값은 늘 고공행진이었거든요. 한국에서 아빠가 보내주는 송금으로 버티는 기러기 엄마들, 그리고 20% 인상된 학비 고지서를 받아 들 영국 중산층 부모들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아요.
- 그래머 스쿨 (Grammar Schools): 학비가 무료이면서도 엄격한 학업 기준을 유지하는 대학 진학률 높은 공립 학교
- 아카데미 전환 학교: 일부 재정난을 겪는 사립학교들이 정부 지원을 받는 아카데미(Academy)로 전환하여 학비를 없애는 사례도 있으며, 부모들은 이러한 학교를 선택함으로써 사립 수준의 시설을 무료로 이용
그런데 사립학교 학비 부담을 느낀 중산층 부모들이 대거 국공립 그래머스쿨로 몰려 '마비 상태'가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우려와 달리, 독립학교위원회(ISC)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으로 사립학교 학생 수는 전년 대비 1.7% 소폭 감소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대다수의 영국 사립학교를 보내는 재력가 부모들은 쉽사리 공립학교 전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2. 가계 재정 및 자산 조정
많은 부모들은 즉각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자산이나 저축 계획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 부채 및 부동산 활용: 고자산가 부모의 17%는 인상된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았으며, 14%는 주택 규모를 축소하여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 지출 및 저축 변경: 약 20%의 부모가 연금 납입을 일시 중단했으며, 거의 4분의 1에 달하는 부모들이 추가 근로를 하거나 더 높은 급여를 받는 직무로 옮기는 등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습니다.
- 현금 흐름 관리: 일부 부모는 연금이나 주택담보대출을 검토하여 단기적인 현금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은퇴 목표와의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전략입니다.
사립학교가 학비 인상에 대처하는 법
학교 자체 프로그램이나 정부의 혜택을 통해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됩니다.
- 장학금 및 보조금(Bursaries): 많은 사립학교가 우수한 능력을 갖췄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업 장학금이나 보조금을 제공하여 비용 부담을 낮춰주고 있습니다.
- 형제 자매 할인 및 분할 납부: 학교별로 형제 자매가 함께 재학할 경우 할인을 제공하거나, 학비를 월별로 나누어 내는 분할 납부 계획을 활용해 일시불 부담을 줄입니다.
- 정부 보육 지원: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2025년 9월부터 확대되는 '30시간 무료 보육' 제도를 통해 연간 최대 7,500파운드까지 절약하며 교육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조부모가 손주들의 학비를 지원하기도 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영국은 부모가 사립학교 출신이면 아이들도 거의 대부분 사립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부의 되물림이라 볼 수 있겠지요. 다만 원래 비싼 사립학교의 학비가 20% 오름에 따라, 단순히 현재의 학비를 지불하는 문제를 넘어, 영국 가정은 장기적인 저축, 은퇴 계획, 그리고 주택 소유 목표 등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고 있습니다.
✍️ 올마의 다정한 참견: "부모의 사랑은 가끔 차가운 계산기 위에서 가장 뜨겁게 피어납니다."
오늘 영국의 풍경은 한국의 부모님들에게도 낯설지 않는 동질감을 줍니다. 주택 규모를 줄여서라도, 혹은 평생 부어온 연금을 잠시 멈춰서라도 아이의 교육 환경을 지켜주려는 영국 부모들의 고군분투가 우리네 모습과 참 닮아있기 때문이죠. 사립학교 학생 수가 고작 1.7%만 줄었다는 통계는 참 씁쓸하면서도 현실적입니다. 누군가는 20%의 인상쯤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자력을 가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킹스 스쿨의 그 고풍스러운 돌담길은 여전히 아름답겠지만, 그 문턱이 더 높아진 지금, 우리 부모들은 또 다른 길을 찾아내겠죠? 사립학교의 화려한 인프라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자신의 실력으로 당당하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 봅니다.
여러분은 아이를 위해 '무리해서라도'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