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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행 직전 확인한 ‘두 줄’, 어쩌다 태교여행

by 올마 2026. 1. 28.

[올마 일기 #5]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지난 18주년 결혼기념일 글에 많은 공감을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은 좀 더 흥미롭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요즘 예비 MZ 부모들의 뜨거운 감자, ‘태교 여행(Babymoon)’ 에 대해서요.

 

영어권에서 태교여행을 뜻하는 용어 

출산 전 마지막 여행 '베이비문(babymoon)' 너무 귀여운 말 같지 않나요? 
신혼여행을 뜻하는 허니문(honeymoon)에서 파생된 용어래요. 

 


레딧(Reddit)에서 발견한 냉정한 현실 속에서 베이비문의 재해석 


최근 영미권의 거대 커뮤니티인 레딧(Reddit) BabyBumps 커뮤니티를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찬반 토론을 목격했습니다.

 

주제는  "일반적인 사람들도 실제로 베이비문을 가나요?" 라는 질문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출처: reddit 



요즘 젊은이들의 댓글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산모들은 무급 출산휴가와 높은 육아 비용 앞에서 베이비문이 사치인지, 필수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들이 거주하는 곳, 유급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는 직업군인지에 따라 베이비문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역시나 돈이 문제네요. ㅠㅠ) 

 

 

 

그런데 흥미롭게도 많은 MZ 부부는 베이비문이 반드시 SNS에 올릴 만한 호화로울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네요. 즉 베이비문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만의 특권이 아닌 스스로에게 걸맞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유연하게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가족 오두막에서 직접 요리를 하면서 짧은 여행" 

 "근처의 저렴한 호텔에 묵거나 집에서 부유한 사람처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을 해보라"

 "일년에 한 번 가는 해외여행을 대신 베이비문으로 ~"

"포인트 모아서 호캉스" 등등 

 

살인적인 고물가와 경제적 불확실성 시대, 그들에게 태교 여행은 '로망'이 아닌 '계산기'의 영역이 되어버린 듯했습니다. 그 글들을 읽으며 저는 2014년, 3월 파리행 페리에 몸을 실었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임신인 줄도 모르고 떠난, 나의 ‘무식해서 용감했던’ 베이비문


사실 저는 레딧 유저들이 말하는 '철저한 계획'과는 거리가 먼 출발을 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저를 소개했듯이 저는 ENTP로 즉흥적 무계획적 변화지향적인 성향입니다. 당시 저는 제가 임신 초기인 줄도 모른 채 신랑과 파리 여행을 계획했거든요. 🧳

 

그것도 가난한유학생 시절이라 비행기도 아닌 페리를 타고 숙박도 파리의 로맨틱한 발코니가 있는 호텔도 아닌 한인 민박집으로 선택!! (하지만 나중에 이건 신의 한수였다는 사실... 한식을 무제한 먹을 수 있었기에 🍚👌😁)

 

 
만약 제가 미리 임신 사실을 알았고, 레딧의 그 냉정한 조언들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입덧이 시작될지도 몰라", "노산이라 초기엔 무조건 조심해야 해", "비용을 아껴서 육아용품을 사야지" 라며 여행은 무슨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두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요? 저는 그저 파리의 낭만을 꿈꾸며 배에 올랐습니다. 🚢🇫🇷 (신랑과 저의 연애시절 첫 여행지 파리)

 

프랑스 여행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몸이 으슬으슬~~ 뭔가 이상하다~ 나 여행 갈 수 있을까.... 

혹시나해서 출발 전 잠시 화장실에 들렀는데... 

 

아악~~~ 나 두 줄이야~~~ 😭🎉

 

7년 만에 두 눈으로 확인한 기적적인 자연임신 ㅠㅠ

 



가볍게 떠난 프랑스 여행이 급 태교여행


워낙 상상임신을 많이 경험한 바, 저는 몸이 이상해도 테스트기 사용을 안하게 되더라고요.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신랑의 표정을 보기 싫어서였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일주일 전부터 계속 제 몸이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습니다. 배 속의 '까롱이'가 자기 존재를 알리듯, 평소 좋아하던 프랑스 요리 냄새에 헛구역질이 나기 시작했거든요.

 

화려한 미식 여행은 물 건너갔지만, 다행히 프랑스 디저트 마카롱과 맛있는 바게트 샌드위치 등은 괜찮더라고요. 저는 파리 에펠탑 벤치에 앉아 신랑이 사다 주는 빵 조각을 씹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제한된 여행' 덕분에 우리는 더 깊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레스토랑 대신 꼭 가보고 싶었던 프랑스 책방인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를 방문했어요. 

 

파리에서 제일 가보고 싶어 했던 신랑의 1순위 책방

 

서점의 일부 벽에는 이미 다녀 간 여행객들의 노트가 붙여있었는데요, 한글도 제법 많이 보이더라고요. 저희도 합류~ 제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작년 런던 기차표에 신랑이 뱃속에 있는 우리 아가에게 짧은 편지를 남겼어요. 신랑은 아이 태명을 (마)"카롱이" 라고 지었어요. ㅎㅎ 동그랗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아이가 나오길 바란다면서요.

 

"우리의 첫 여행지였던 이곳에 이제 셋이 되어 돌아왔다"

 

태어날 아기에게 보내는 영국 기차표 편지

 

뱃속에 있는 아가야, 나중에 엄마랑 아빠랑 꼭 같이 보자꾸나!! - 사랑하는 아빠가

 

 

앞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변화와 부모가 된다는 것의 두려움, 그리고 설렘을 공유했죠. 그것은 보여주기식 관광이 아니라, "인생의 거대한 전환점을 앞둔 우리 두 사람의 '결의' 와도 같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우리 둘만의 여행에서 만든 추억은 평생 지속되고 있거든요.

 


베이비문은 '사치'가 아닌 '전환점의 기록' 


Reddit 커뮤니티의 논의에서도 베이비문이 반드시 호화로운 여행일 필요는 없으며, 부부만의 마지막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저 역시도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베이비문의 본질은 럭셔리한 파리의 호텔이나 에펠탑 배경의 인증샷에 있지 않다고요. 출산 전 둘만의 마지막 추억을 쌓고, 부모라는 새로운 신분을 받아들일 심리적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제가 경험한 베이비문의 진짜 가치였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인생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궤도로 진입합니다. '나'보다는 '아이'가 우선인 삶이 시작되죠. 그 거친 파도를 맞이하기 전, 부부가 오롯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우리 잘해보자" 고 다짐하는 시간은 결코 사치가 아닙니다. 결국 베이비문의 진정한 가치는 지출한 금액이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기 전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을 만드는 데 있는 것 아닐까요? 

 

"돈이 많아서 떠난 파리가 아니었습니다. 기차표 뒷면에 꾹꾹 눌러쓴 아빠의 편지 한 장, 벤치에 앉아 나눠 먹은 바게트 하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우리의 베이비문은 그 어떤 럭셔리 호텔 패키지보다 화려한 '인생의 결의'였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경제적 현실 VS 인생의 추억 사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혹은 어떤 태교여행을 꿈꾸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