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26]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기적처럼 아이를 만났지만, 그 기적이 매일 아침 눈앞의 '현실'이 되었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육아는 숭고한 감동이기 이전에,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극한의 체력전'이라는 사실을요. 여전히 뜨거운 '노키즈존' 논란을 보며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노키즈존을 가장 반기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정작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는 아이러니입니다.
왜 우리는 아이 없는 공간으로 도망치고 싶어 할까요?
📍 나를 잃고 싶지 않은 MZ 엄마들의 소리 없는 외침
요즘 엄마들은 과거 우리 어머니 세대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정답이라 믿지 않습니다. "아이의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Me)"이 너무나 소중한 세대죠. 내 취향, 내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 육아는 금세 번아웃을 불러옵니다. 그래서 MZ 부모들에게 '육아로부터의 퇴근(육퇴)'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잠시만이라도 엄마라는 스위치를 끄고 온전한 성인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욕구가 노키즈존 찬성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 "고령 육아의 비애: 마음은 20대, 무릎은 50대"
결혼과 출산이 점점 늦어지는 시대, 저 역시 서른 중반이 넘어 아이를 가진 '고령 엄마'입니다. 니스 해변에서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라 더없이 예쁘지만, 솔직히 제 체력은 마음만큼 따라주질 않았습니다. 저는 출산 후 더딘 회복과 통잠을 못 자는 아기 덕분에 몸이 고되니 자연스럽게 '외주 육아'를 찾게 되었어요. 자꾸 친정 엄마에게 아기를 맡기거나, 공동 육아라는 명목으로 동생 집에 가기도 하는 등...그것 마저 눈치가 보이면 문화센터를 가거나, 돌봐주는 스태프가 있는 키즈카페를 검색했죠. 돈을 들여서라도 잠시 아이와 분리되어 숨을 고르고 싶은 마음... 이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체력적 결핍이 낳은 현실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 "잠시만 엄마를 끄고 싶다"는 해방구
엄마들이 노키즈존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공감 피로' 때문입니다. 휴식을 위해 찾은 카페에서조차 우는 아이,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내 아이와 나의 고단한 일상이 오버랩됩니다. 키즈카페에서조차 '스텝'에게 아이를 맡기고 구석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켜 놓고 핸드폰을 보며 멍하니 있는 부모들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육아 피로도가 한계치에 다다랐음을 보여줍니다. 노키즈존은 그들에게 잠시나마 육아와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가 됩니다.
저는 엄마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질문이 어머니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세요?
아기 재워놓고 마음 편하게 휴대폰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기.
아기 맡기고 좋아하는 카페가서 혼자 조용히 커피 마시기
✍️ 올마의 다정한 참견: '외주' 줄 수 없는 딱 한 가지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얻는 1시간의 휴식은 달콤합니다. 저 역시 그 시간 덕분에 다시 웃으며 아이를 마주할 에너지를 얻습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이를 맡기고 쉬는 동안, 아이가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배워야 할 '사회적 약속'과 '정서적 교감' 마저 외주화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체력이 부족하고 나를 지키고 싶은 마음,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가끔은 아이와 함께 조금은 시끄럽고 불편한 시간을 견뎌보는 것, 그 속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사회를 가르치는 것이 그 어떤 비싼 방문 수업보다 아이의 '생존 지능'을 키워주는 진짜 교육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아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은 '불량 엄마'라며 자책하고 계신가요? 괜찮습니다. 우리 조금은 뻔뻔해져도 됩니다. 다만, 다시 아이의 손을 잡았을 때만큼은 온전히 그 아이의 세상 속에 머물러 주면 되니까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사실 기억하세요 👌
"7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적, 그 시작이 궁금하시다면? [올마일기 #6 니스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