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16]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이미 한국 라면은 매번 동이 날 정도로 현지인 및 해외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김치 (kimchi) 와 고추장 (gochujang) 같은 발효식품이 영국 주요 슈퍼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했으며,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일상적인 식문화로 자리잡는 과정이라고 하니 정말 놀랍습니다.
영국에서 K-푸드 열풍
제가 영국에 거주했던 2010년 중반 이후 주요 해외 도시에서 한식 인지도가 상승했다는 정부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 한국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나 마트는 없었지만, 이미 K-wave 대중문화와 결합하며 시너지를 창출했습니다. 신랑의 학교 시청각실에 가보면 꽤 많은 영국 현지 학생들 및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K-drama에 빠져 있는 걸 볼 수 있었으니 말 다했지요. 👍
제가 영국에 있던 그 시절에는 TikTok 출시 전이라, 얼마나 한식이 인기가 많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Bibigo 분석에 따르면 영국 TikTok 사용자의 한식 관련 게시물이 2023년 약 10,000건에서 2025년 17,00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는 영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식에 대한 자발적 관심과 공유가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웨이트로즈 (Waitrose)에서도 "Korean BBQ" 검색량이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gochujang" 판매량은 70% 이상 상승했다는 데이터는 구체적 수치로 증명된 성장세입니다. 특히 kimchi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제 식품 중 하나라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영양학자 Emer Lowry는 kimchi 같은 발효식품이 주류가 된 이유로 풍미와 식감 향상뿐 아니라 소화 개선과 장내 미생물 다양성 증진 같은 건강 효능을 강조했습니다.

K-푸드 열풍 나도 한 몫
저 역시도 영국 시골 동네에서 "한식 알리기"에 한 몫한 사람입니다.
[팔 몸살과 맞바꾼 인생 첫 김밥의 역습]
논문 쓰느라 힘든 신랑의 기를 살려주고 싶어 한국에서 유행하는 '광장시장 마약김밥'을 도시락 메뉴로 정했습니다. 작은 꼬마김밥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수십 줄을 말다 보니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더군요. 결국 그날 밤 저는 몸살이 났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김밥은 다시는 안 한다!" (그 마약김밥이 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싼 김밥이라는 사실 😝)
[김밥에 중독된 영국 대학생들]
그런데 저녁에 돌아온 신랑의 도시락통이 너무 깨끗한 겁니다. 알고 보니 신랑은 한 개 겨우 맛만 봤대요. 특히 같은 과 채식주의자(Vegan/Vegetarian) 여학생들이 김밥을 보더니 눈이 뒤집혔(?)다고 하더군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신선한 야채 김밥과 톡 쏘는 겨자 소스는 그녀들에게 완벽한 '비건 미식'이었던 거죠. 영국 친구들은 신랑에게 "재료를 한국에서 사 왔냐?", "김밥 재료는 어디에서 구할 수 있냐" 꼬치꼬치 물어봤다고 해요. 그리고 마약 김밥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면서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답니다.
이것은 스시가 아니라 한국의 김밥이다. 특히 이것은 마약 김밥이라고 불린다.
중독되는 맛을 지녀 마약 김밥이라고 하는데, 겨자 소스에 콕~ 찍어 먹어라~~

[중국 마트로 달려간 영국 여학생들의 실천력]
더 놀라운 건 다음 날이었습니다. 어제 그 맛에 반한 영국 여학생들이 방과 후에 바로 중국 마트로 달려가 김과 식재료를 수소문해 샀대요. 다음 날, 제 마약김밥과 '비스무리하게' 생긴 정체불명의 김밥을 직접 말아와서 신랑에게 보여주더랍니다. 10년 전, K-푸드의 저력은 이미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나 봅니다.
그들이 마약 김밥을 평가한 것은 한국 음식의 맛이 문화적 장벽을 넘어 보편적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거 김 냄새를 거부하던 일부 영국인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식품 소비를 넘어 문화 수용의 진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2026년, 이제는 '그레이트 브리티시 K-food' 시대
그때 그 여학생들이 지금 영국 대형 마트에서 당당히 팔리고 있는 '냉동 김밥'과 '비건 롤'을 보면 뭐라고 할까요? "거봐, 내가 그때 맛있다고 했지?"라며 웃고 있지 않을까요? 몸살과 맞바꾼 그날의 김밥 외교가 지금의 K-푸드 열풍에 아주 작은 씨앗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마약 김밥 경험담에서 신랑이 "이것은 스시가 아니라 한국의 김밥"이라고 명확히 설명한 것은 중요합니다. 한식이 다른 아시아 음식의 변형이 아니라 독립적 정체성을 가진 요리임을 인식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소스에 찍어 먹는 방식, 중독성 있는 맛의 설명은 한식의 고유한 먹는 문화를 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감칠맛(umami)은 서구인들에게 새로운 맛의 지평을 열어주며, 이것이 "It is so moreish"라는 평가로 이어진 것입니다.
"moreish" 우리말의 '중독성 있다', '자꾸 손이 간다', '마약 같은 맛이다' 라는 느낌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Have some more(더 먹다)"에서 유래되어 "계속 더(more) 먹고 싶게 만든다(-ish)" 는 뜻
한식의 세계화는 정부 주도 캠페인, Netflix 콘텐츠, 유명 셰프의 노력만이 아니라 평범한 개인의 도시락 하나에서도 실현되고 있습니다. 처음 김밥을 싸며 옆구리가 터져 좌절했지만, 1시간 동안 25개를 완성한 집념이 결국 영국 여학생들의 '김밥 도전'으로 이어졌으니, 제 몸살이 헛되지 않았네요."
영국 대학생들에게 "Thank you"를 넘어 재료와 조리법까지 묻게 만든 결과는 한식이 가진 보편적 매력을 증명합니다. 이제 BBC 뉴스 기사처럼, 한식은 영국 일상 속에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출처]
BBC News: First it was K-pop, now it's K-food. Here's how to bring Korean cooking into your kitchen
https://www.bbc.com/news/articles/cm2vx07lj08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