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 일기 #11]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7년 만에 영국에서 임신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출산한 8개월 된 까롱이를 데리고 신랑 박사 학위 졸업식을 참석하기 위해 유럽 여행을 강행했던 우리 부부의 유아 동반 해외여행 실태를 낱낱이 알려 드리겠습니다.
요즘 제가 꽂힌 Reddit 커뮤니티에서 "영아 동반 장거리 해외여행 이슈" 를 보다가 12년 전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8개월 된 까롱이를 데리고 영국과 프랑스를 누볐던 10박 11일. 당시에는 "아이가 기억 못 해도 엄마인 내가 행복하면 됐지"라는 야심 찬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낭만 가득한 10박 11일? 시작은 창대했으나...
하지만 그 11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길고 고달픈 '고행길'이 되었습니다.
해외여행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경험이지만, 유아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입니다. 특히 장거리 비행과 시차가 큰 국제여행의 경우에는 부모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지요.
부모도 아이도 힘든 시차적응
유아 동반 해외여행에서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바로 "시차적응" 입니다. 비행기에서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부부가 난감했다는 사연이 제일 많아요. 과연 장거리 해외여행은 누구를 위한 여행인가?라는 질문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 까롱이는 긴 비행 내내 밥시간만 빼고 통잠을 잤답니다. 까롱이가 비행기 체질일 줄이야~
비행기가 영국 공항에 착륙하고 나가는데~~ 승객들이 우리 까롱이를 바라보며~~
"Good girl~~~, thank you~~" 해 주는 거에요~~
장거리 비행 내내 한 번도 울지 않은 우리 까롱이가 너무 기특한지 승객들이 감사함을 표현해 주는데 지금도 감동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운이 좋은 경우예요. 우리 신랑이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비행 내내 들었던 아기 울음소리" 였다고 합니다. 불을 꺼도 울고 켜도 울고~ 안아도 서도 울었다는 그 아기. 이는 단순히 비행기에서의 불편함만이 아니라, 아이의 생체리듬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목적지 도착 후입니다. 아기들은 현지 시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벽에 깨어나 놀고 싶어 하거나, 정작 가족 모임 시간에는 극도로 예민해져 가만히 있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저희 까롱이도 프랑스 여행 중 낮잠을 너무 많이 잔 탓에 자꾸 새벽에 깨는 패턴이 며칠 지속되었어요. 이런 시차 역전 현상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의 수면 패턴까지 완전히 무너뜨려 여행 후 회복 기간을 더욱 길게 만듭니다.
여행이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의 육아일 뿐
여행이 시작되면서 자꾸만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굳이 내가 왜 집에서 하면 될 육아를 먼 타지에 와서 고되게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Reddit 사용자는 "여행 첫날은 모두에게 지옥 같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아이들도 적응한다"는 조언을 남겼지만요,
짧은 일정의 여행이라면 적응도 하기 전에 귀국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Italy로 여행을 다녀온 한 부모도 "하루에 1시간이라도 그 나라를 즐길 수 있다면 성공. 나머지 23시간은 고난의 연속"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여행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공항 이동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기저귀, 분유, 이유식, 여벌 옷 등으로 짐이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한국에서는 해피맘 서비스나 유아 동반 가족 우선 수속이 가능하지만 해외 공항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런던 Heathrow 공항에서 3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까롱이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우렁차게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것을 본 여자 직원은 바로 우리에게 손짓하더니 바로 입국 심사대에 서게 해 주었답니다.
신랑은 ~~ "까롱아, 더 일찍 크게 울지 그랬냐??" 😝
유모차는 탑승 직전까지 사용 가능하지만, 도착 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유모차: 낭만적인 돌길이 아닌 '장애물 경기장' 😭
영국의 낭만적인 돌길 유모차를 끄는 엄마에겐 그저 '장애물 경기장' 일 뿐입니다. 계단을 만날 때마다 느꼈던 그 막막함이란... 유모차는 제가 끌고 아기띠에 까롱이를 안고 다니는 늙은 아빠의 뒷모습은 측은하기만 했어요.
- 식사: 근사한 디너 대신 '생존형 교대 배식' 🍽️
더 슬픈 건 '금강산도 식후경'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입니다. 까롱이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통에 근사한 프랑스 레스토랑에 가도 신랑과 마주 앉아 식사해 본 기억이 없네요. 한 명이 허겁지겁 밥을 먹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유모차를 끌고 식당 주변을 정처 없이 돌아야 했습니다. 근사한 프렌치 디너는 커녕 '생존을 위한 교대 배식'이었지요.
- 비상사태: 빗속의 하이드파크 화장실 추격전 🏃♂️💨
영국 버스만 타면 터집니다. 현지 분유가 맞지 않았는지 까롱이가 버스 안에서 설사를 시작한 겁니다. 이미 바지까지 다 젖어버리는 상황까지 오니, 일단 버스에서 내렸어요. 하필 비까지 오는 하이드파크 근처였는데, 그 넓은 공원에서 기저귀를 갈 화장실을 찾기 위해 유모차를 밀며 미친 듯이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앗~ 영국은 유료 화장실이잖아요!!" 동전이 없던 신랑은 근처에 있는 현지인에게 2 pound를 주고 50p를 받아서 겨우 들어갈 수 있었지요. 그 아름답다는 하이드파크가 저에겐 그저 '거대한 화장실 탐지 구역'으로만 보였습니다.
여행 후 번아웃 그리고 회복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여행 후 회복 기간입니다. 앞서 언급한 시차적응 외에도 아기들은 여행 스트레스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물갈이나 분유갈이로 인한 설사가 대표적인데, 귀국 후에도 까롱이는 한동안 설사를 계속 했었습니다.
행동 퇴행(regression)도 흔한 현상입니다. Reddit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에 Chile 여행 후 아이의 언어 발달과 배변 훈련이 크게 후퇴했다고 합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아기들은 이미 습득했던 기술들을 일시적으로 잃어버릴 수도 있답니다. 이는 단순히 여행 중의 불편함을 넘어서, 귀국 후 몇 주간 지속될 수 있는 장기적 영향입니다.
부모 자신의 회복도 중요합니다. 귀국 후에 까롱이는 저녁 7시에 잠이 들더니 자정에 깨어 좀처럼 잠을 안 자는 거예요. 밤이니까 자야 한다고 불을 끄면 울고 불고.. 생리 활동 시간이 완전 바뀌어서 자꾸 새벽에 응가를 하고 한참 놀다가 새벽 2-3시에나 자는 거에요.
일주일 내내... 저희 부부는 미치겠더라고요. 잠은 오는데.. 아기는 새벽에 놀아달라 하고... 시차 적응을 못해서 그러는 건가 했는데 다행히 일주일이 지나니 조금씩 잠시간과 배변 패턴이 규칙적으로 돌아왔습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짐을 줄이기 위해 현지에서 기저귀와 분유를 구매하면 여행 경비가 배로 늘어나고, 픽업 서비스나 숙박 등 편의를 위한 지출도 불가피합니다. 여행 경험자들은 한결같이 "아기 동반 여행이 편하려면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현실적 조언을 남겼습니다.
일부의 경우에는 비행기 비용 부담으로 24개월 전에 해외여행을 일부러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베시넷(bassinet, 기내 유아용 침대) 사용이 가능합니다. 까롱이도 영국행 비행 중에 베시넷 안에서 정말 잘 자고 잘 먹었거든요. 다만 한 여행자는 베시넷에서는 아이가 계속 울었지만 비즈니스석으로 옮기자 편안하게 있더라는 경험담을 공유하며, "아이들도 돈 맛을 안다"는 씁쓸한 농담을 던졌습니다. 현실적으로 예산이 허락한다면 좌석 업그레이드도 고려할 만한 투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아 동반 해외여행"의 의미를 찾는다면, 7년 동안 둘만 살다가 셋이 되자마자 떠나는 가족 첫 여행이자 유럽(영국, 프랑스) 여행이라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가 영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아기가 만들어졌고, 파리는 태교 여행을 다녀온 곳이거든요. 기억도 못하겠지만, 저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제가 살았던 곳을 구경시켜 주었어요. 또한 우리 까롱이를 너무나 보고 싶어 했던 영국 지인들에게도 직접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참, 프랑스에서는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이라는 점에서 스냅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ㅎㅎ
무엇보다 "사진은 모든 고통을 덮는다"는 위안입니다. Reddit에서도 "the more you do it, the easier it becomes(할수록 쉬워진다)"며 반복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확실히 "많이 고되다"라는 의견이 절대적입니다. 저 역시도 "유럽여행 후 당분간은 까롱이와 어떤 여행도 없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저는 한동안 여행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았습니다. 좋았던 풍경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뇌를 지배해 버린 '번아웃' 상태였거든요. 물론 시간이 흘러 사진 속의 우리는 너무나 행복해 보이지만, 그때의 저에게 묻는다면 전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엄마가 힘들면 아이도 힘들고, 그 여행은 추억이 아닌 고역이 될 수 있어."
이 글을 읽으시는 아직 미혼이시거나, 예비부부님들은 도전하셔도 됩니다. 단 충분한 준비와 현실적 기대치 설정 그리고 "this will be terrible, but then it will end (끔찍하겠지만 결국 끝난다)"는 초연한 마음가짐으로 접근한다면, 가족의 소중한 추억으로 충분히 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까롱이 맡기고 우리 둘이서 유럽여행 떠날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