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 일기 #11]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요즘 SNS를 보면 돌도 안 된 아기와 멋진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진들이 넘쳐나죠. 저 역시 11년 전, 8개월 된 딸 까롱이를 데리고 영국과 프랑스를 누비는 10박 11일 여행을 강행했습니다.
당시엔 "아이가 기억 못 해도 내가 행복하면 됐지!"라는 야심 찬 마음이었지만, 현실은 인생에서 가장 고달픈 '고행길'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커뮤니티 레딧(Reddit) 유저들의 생생한 증언과 제 경험을 통해, 유아 동반 해외여행의 '매운맛'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봅니다.
📍 시차 적응: "밤낮이 바뀐 아기의 새벽 파티"
유아 동반 해외여행에서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바로 "시차적응" 입니다. 비행기에서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부부가 난감했다는 사연이 제일 많아요. 과연 장거리 해외여행은 누구를 위한 여행인가?라는 질문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 까롱이는 긴 비행 내내 밥시간만 빼고 통잠을 잤답니다. 까롱이가 비행기 체질일 줄이야~
비행기가 영국 공항에 착륙하고 나가는데~~ 승객들이 우리 까롱이를 바라보며~~
"Good girl~~~, thank you~~" 해 주는 거에요~~
~
하지만 진짜 지옥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 시작되었습니다.
시차 역전 현상: 아기들은 현지 시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벽에 깨어나 놀아달라고 보챕니다. 레딧의 한 부모는 "하루 1시간만 즐거워도 성공, 나머지 23시간은 고난"이라며 시차 적응의 혹독함을 고백하기도 했죠.
부모의 번아웃: 아이의 무너진 생체리듬은 부모의 수면까지 앗아갑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도 새벽에 응가를 하고 노는 아기를 보며 저희 부부는 일주일 내내 좀비처럼 지내야 했습니다.

📍 낭만 없는 현실: "장애물 경기장과 교대 배식"
공항 이동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기저귀, 분유, 이유식, 여벌 옷 등으로 짐이 산더미처럼 쌓이는데, 한국에서는 해피맘 서비스나 유아 동반 가족 우선 수속이 가능하지만 해외 공항에서는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런던 Heathrow 공항에서 3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까롱이가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우렁차게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것을 본 여자 직원은 바로 우리에게 손짓하더니 바로 입국 심사대에 서게 해 주었답니다.
신랑은 ~~ "까롱아, 더 일찍 크게 울지 그랬냐??" 😝
유모차는 탑승 직전까지 사용 가능하지만, 도착 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영화 속 유모차를 끌고 걷는 파리의 돌길? 현실은 '장애물 경기장'이었습니다.
돌길과 계단: 영국의 낭만적인 돌길은 유모차 바퀴를 덜컹거리게 하고, 계단을 만날 때마다 아빠는 아이를 안고 유모차를 들어 올려야 했습니다.
생존형 교대 배식: 근사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의 디너?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아기가 울어대는 통에 한 명이 허겁지겁 밥을 먹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유모차를 끌고 식당 주변을 정처 없이 돌아야 했습니다.
📍 3. 비상사태: "빗속의 하이드파크 화장실 추격전"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은 영국 하이드파크 근처 버스 안에서 터졌습니다. 현지 분유가 맞지 않았는지 까롱이가 갑자기 설사를 시작한 것이죠. 바지까지 젖어버린 긴급 상황에서 비까지 내렸습니다.
영국의 유료 화장실: 화장실을 찾기 위해 유모차를 밀며 질주하던 그 순간, 하이드파크는 낭만적인 공원이 아닌 '거대한 화장실 탐지 구역'일 뿐이었습니다. "앗~ 영국은 유료 화장실이잖아요!!" 동전이 없어 현지인에게 급히 돈을 바꾸던 신랑의 절박함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 여행 후폭풍: "행동 퇴행(Regression)과 물갈이"
많은 부모가 간과하는 것이 귀국 후의 '행동 퇴행'입니다. 낯선 환경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는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발달의 후퇴: 레딧 커뮤니티에는 여행 후 아이의 언어 발달이나 배변 훈련이 후퇴했다는 경험담이 많습니다. 까롱이 역시 귀국 후 한동안 물갈이와 설사, 불면증에 시달렸죠.
경제적 대가: 짐을 줄이려 현지에서 물품을 조달하거나 편의를 위해 좌석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아기 동반 여행은 돈을 아끼지 않아야 그나마 편하다"는 현실적 조언은 뼈아픈 진실입니다.
부모의 여독: 귀국 후에 까롱이는 저녁 7시에 잠이 들더니 자정에 깨어 좀처럼 잠을 안 자는 거예요. 밤이니까 자야 한다고 불을 끄면 울고 불고.. 생리 활동 시간이 완전 바뀌어서 자꾸 새벽에 응가를 하고 한참 놀다가 새벽 2-3시에나 자는 거에요. 일주일 내내... 미치겠더라고요. 잠은 오는데.. 아기는 새벽에 놀아달라 하고... 시차 적응을 못해서 그러는 건가 했는데 다행히 일주일이 지나니 조금씩 잠시간과 배변 패턴이 규칙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진은 모든 고통을 덮지만...." Reddit에서도 "the more you do it, the easier it becomes(할수록 쉬워진다)"며 반복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확실히 "많이 고되다"라는 의견이 절대적입니다. 저 역시도 "유럽여행 후 당분간은 까롱이와 어떤 여행도 없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 저는 한동안 여행이라는 단어조차 꺼내지 않았습니다. 좋았던 풍경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뇌를 지배해 버린 '번아웃' 상태였거든요. 프랑스 파리 궁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스냅사진을 보면 당시의 고통은 잊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에게 묻는다면 전 단호하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엄마가 힘들면 아이도 힘들고, 그 여행은 추억이 아닌 고역이 된다."
물론 셋이 된 우리 가족의 첫 해외여행이라는 점, 영국 지인들에게 아이를 소개했다는 점은 소중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준비 없는 도전은 가족 모두를 지치게 하죠.
도전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끔찍하겠지만 결국 끝난다(This will be terrible, but then it will end)"는 초연한 마음가짐을 먼저 챙기세요. (저는 다시 돌아간다면... 까롱이를 맡기고 신랑과 둘이서만 떠날 거예요! 😝)
혹시 영국으로 떠나는 가족이 있다면 [영국 유학 준비물: 생존템 TOP 5]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