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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영어 캠프에 회의적인 내가 정작 우리 아이 보내보니

by 영국품절녀 2025. 8. 18.

저는 지역을 막론하고 영어캠프에 대해서는 무척 회의적이고 대놓고 비판을 했던 사람이에요.  그저 돈자랑이라고 터부시했어요. 엄마들이 가고 싶으니까 아이들 빌미로 한달살이 그런 거 하는 게 아닌가? 라고요. 사실  길지도 않은 그 시간에 학습보다는 자유로운 여행이 훨씬 더 아이들에게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제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살았을 때에, 우리 남편이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대학에는 여름마다 영어캠프를 참여하기 위한 유럽과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로 캠퍼스가 들썩 거렸어요. 특히 저는 여름 방학이면 남편의 시원한 대학원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거든요. 평일 늦은 오후나 주말이면 시내 곳곳에는 여름캠프를 하고 있는 유럽, 아시아 학생들로 가득가득~ 특히 스타벅스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는 거에요. 다들 같은 국적의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휴대폰 들고 수다 떨고 ~~ 아무래도 수업이 끝난 이후 자유 시간에는 같은 국적끼리 모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제가 살던 영국 켄터베리는 겨울만 제외하고는 각지 유럽과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지금은 스타벅스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제가 살았을 당시에는 대성당의 분위기와 비슷한 스타벅스가 있었어요.

저는 주말마다 그런 모습을 보다보니, 어느 순간 비용이 아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 당시 아기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남편과 이런 말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영어캠프 보다는 차라리 그 돈으로 아이들과 유럽여행을 가자!!

그 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저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몇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한달살기가 유행하기도 했고요, 캐나나, 뉴질랜드 등으로 영어 캠프 붐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고요. 그저 나와는 무관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지난 여름에 제 지인이 저에게 마닐라에 놀러 오라는 거에요~~ 

알고 보니 그녀는 마닐라 유학원 원장이었던 것이지요. 워낙 저는 영어캠프를 부정적으로 봤던 터라 그냥 단순 여행은 좋을 것 같다고만 가볍게 넘겼어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는 우리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나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애쓰는 엄마인데.... 영어캠프도 우리 딸에게 영어 동기는 물론이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오는 것도 좋겠다 싶은 거죠. 게다가 엄마 없이 홀로 캠프를 가는 것 또한 자립심을 키워줄 기회라 여긴 것이죠. 

특히 초5딸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해, 항상 제 자리에서 맴도는 영어가 요즘 걱정이긴 했어요.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드디어 우리 딸은 마닐라 2주 영어 캠프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우리 딸에게 영어 공부 많이 하고 와 보다는 많이 보고 느끼고 재미있게 즐기다 오라고 부담을 줄어 주면서도, 영어에 대한 동기부여를 꼭 느꼈으면 좋겠어 라는 말도 덧붙였지요. (공짜는 아니니까요 ㅎㅎ)

그렇게 우리 딸은 마닐라 영어 캠프로 고고~~~ 

 

감사하게도 사실 이번 영어캠프는 유학원 원장님의 지인찬스 배려로 단지 두 학생만으로 이루어진 완전 소수정예!

수업은 거의 1:1 맞춤으로 이루어졌어요.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영어 수업 일정이 처음에는 우리 딸에게는 너무나도 벅찼다고 해요. 그렇게 영어를 오랫동안 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매일 영어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어요.

역시 환경은 아이를 바꾼다는 사실~~~ 그 정도로 환경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조사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아이들의 취향저격이었고요. 영어 단어 스펠링 퀴즈에서 진 사람은 레몬 먹기 였는데요,  레몬처럼 신맛을 싫어하는 딸이라 엄청 열심히 단어를 외웠나봅니다.  그 퀴즈가 재미있었는지 자신이 긴 영어 단어도 바로 외워서 퀴즈를 다 맞혔다며 자랑스러워 했어요.  

이번 영어캠프 수업에서 가장 큰 효과는 바로  "원서 읽고 주요 내용 15문장 쓰기"  입니다.

몇 년간 저는 아이들과 영어책 읽기는 계속 진행했는데요, 글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그저 기계적으로 읽는 데에 그치는 정도였어요. 그저 엄마가 하라고 하니 읽겠다 식이었어요. 저도 아이도 형식적으로 리딩을 하는 것이 지겨운 상태였어요. 그런데 이번 마닐라 영어캠프에서는 선생님이 딸의 리딩 상황을 바로 파악하시고,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며 책을 읽고 주요 내용을 쓰도록 1:1 코칭을 해 주신 거에요. 아이도 이런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영어 캠프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저에게 보여 준 공책이 바로 원서 읽고 쓴 내용들~~ 

엄마!! 나 영어책 사줘~~ 

지금까지 12년 동안 한번도 영어책을 사달라고 말한 적 없는 아이 입에서 영어책을 사달라니... 바로 아이가 원하는 영어 원서를 바로 구입했지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마닐라에서 읽었던 책이라며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고 한 권을 딱 읽어버리는 모습에 저와 남편은 그저 놀랄 뿐....자신이 스스로 영어책을 읽고 쓰기까지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좋았던 모양이에요. 

워낙 성격이 극 E 라서 "이럴 때에는 영어로 어떻게 말해요?" 라고 물어보고 바로 사용하다보니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아이는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단지 2주 다녀온 후 원어민 영어 화상 영어 수업을 하는데 딸이 진짜 전보다 더 말을 많이 하는 거에요.

엄마, 영어가 전보다 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 수업이 더 재미있네~~   

아이의 잠재력은 엄마인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이상인가 봅니다. 단순히 2주 동안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가볍게 여겼던 저는 엄마 없이 2주간 타인과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하고, 낯선 환경에서 배우고 습득하고 경험하면서 시야가 넓어진 우리 딸을 보며 매우 흡족합니다.  2주 동안 훌쩍 많이 커 버린 듯한 초5 딸을 보면서, 역시 시간과 돈은 비례하나 보다 했습니다~~ 아 이제 엄마는 돈을 더 벌어야 하나 봅니다. 확실히 초등 아이에게 필요한 건 이제 엄마 카드라는 사실 ㅎㅎ 

이번 마닐라 2주 영어캠프는 너무 대만족이었어요. 우리 딸은 겨울에 또 가겠다고 하는데 또 보내야 할까요? ^^

지금까지 마닐라 2주 수업과 우리 아이의 변화에 대해 집중해서 써 봤는데요,  다음에는 마닐라 영어캠프에서 다양한 곳을 다녀 온 내용도 적어 볼게요~~ 혹시 마닐라 영어 캠프 궁금하신 분들은 댓글 남겨 주세요!! 자세히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