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36]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독박 육아의 위기 속에서 많은 워킹맘이 경력 단절을 고민합니다. 특히 보육 시스템이 불안정한 현실에서 조부모의 도움은 단순한 선택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한 영국의 개인주의 육아 문화와 한국의 헌신적인 '황혼 육아'를 비교하며, 2026년 현재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정책적 혜택까지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13년 전 영국 거주 당시, 제가 만난 현지 할머니들은 딸과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손주는 절대 안 봐준다. 제 자식은 부모가 키워야지"라며 단호하게 선을 긋곤 했습니다. 그 냉정한 개인주의가 '영국식 표준'이었죠. 하지만 13년이 흐른 지금, 저는 영국의 시각으로 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K-친정엄마의 경이로운 보살핌 덕분에 워킹맘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 "둘째는 절대 안 돼!" 엄마의 신신당부와 덜컥 찾아온 생명
늦은 나이에 영국에서 임신하고 귀국 후 첫째를 낳고 상황상 친정집에 머물게 되었을 때, 엄마는 제게 신신당부를 하셨습니다. "둘째는 절대 안 된다. 또 생기면 그땐 정말 집에서 나가라!" 엄마가 그토록 모질게 말씀하신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늦깎이 딸이 아이 둘을 키우며 일까지 하느라 얼마나 고군분투할지, 그 고생길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첫째 까롱이 출산 3년 후, 덜컥 둘째가 찾아왔습니다. 엄마의 불호령이 무서워 임신 사실을 한참이나 숨기다 겨우 고백하던 날, 엄마는 화를 내시는 대신 한 달을 꼬박 몸져누우셨습니다. 딸의 앞날이 얼마나 고단할지 걱정되는 마음과 함께, 본인 역시 다시 시작될 손주 육아의 무게가 감당하기 힘드셨을 테지요.
침대에 누워 계시는 엄마의 등 뒤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미안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엄마는 부은 눈을 비비며 다시 일어나셨습니다. "어쩌겠니, 이미 생긴 생명..." 그 투박한 한마디로 엄마는 다시 제 육아의 동료가 되어 지금은 "이 귀여운 아들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니"라며 누구보다 정성껏 둘째를 키워주고 계십니다.

2. "너희 엄마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왜 그래!"
여전히 우리 엄마의 세계에서는 손주보다 '딸인 나'가 언제나 1순위입니다. 퇴근 후 녹초가 되어 돌아온 저에게 아이들이 매달려 투정을 부릴 때면, 엄마는 단호하게 제 편을 들어주십니다.
"너희 엄마 하루 종일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왜 자꾸 괴롭혀! 엄마 좀 쉬게 해줘야지!"
세상 모두가 저에게 '완벽한 엄마'가 되라고 말할 때, 오로지 저를 '고생하는 내 새끼'로 봐주는 단 한 사람. 그 호통 소리에 저는 가끔 눈물이 핑 돕니다.
그런 엄마의 노고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어, 11년 만에 큰 결심을 하고 친정에서 독립을 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워킹맘인지라 걸어서 5분 거리라는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 말이죠.😅 이제야 손 많이 가는 손주들로부터 해방되어 자유 시간을 만끽하시는 엄마를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그동안 고생하신 엄마를 위해 이번 명절에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늘 받기만 했던 제가 친정 식구들을 모두 초대해 명절 아침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것이죠. 준비할 여유가 없어 급히 차려낸 소박한 밥상이었지만, 엄마 아빠는 "맛있다, 고맙다" 연신 말씀하시며 깨끗이 비워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죄송한 마음과 함께, 앞으로는 더 자주 맛있는 밥상을 차려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을 11년 동안 기도와 사랑으로 키워주신 덕분에, 첫째 까롱이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롤모델로 주저 없이 '할머니'를 꼽습니다.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할머니, 그리고 딸의 꿈을 지켜준 최고의 지원군. 우리 엄마는 제 인생에 영국의 그 어떤 복지보다 강력한 '사랑의 안전망'이었습니다.

3. 800만 원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마의 황혼'
13년 전 영국 기사(Daily Mail)는 조부모의 도움을 연간 800만 원의 경제적 가치로 계산했습니다. 하지만 딸의 커리어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황혼을 기꺼이 내어준 엄마의 시간을 어떻게 감히 숫자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영국 할머니는 "No"라며 선을 그었던 일,
우리 엄마는 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황혼을 내어주셨습니다.
제가 그동안 수많은 고비에도 사직서를 던지지 않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었던 건, 화려한 육아 지원 시스템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걱정 말고 다녀와라, 애들은 내가 본다”던 엄마의 든든한 등과, 퇴근길 딸의 안색부터 살피는 투박한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워킹맘들 역시 친정 혹은 시댁 부모님의 헌신에 기대어 오늘을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채 독박 육아를 감당하는 워킹맘들은 늘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일과 육아 사이의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산후우울증과 번아웃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딸로서 한없이 죄송한 마음이 앞섭니다. 남편의 육아 참여가 전무했던 시절 홀로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이미 고단했던 분들이, 이제는 늙고 아픈 몸으로 손주까지 감당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황혼 육아’의 서글픈 현실이니까요. 부모님의 희생을 ‘당연한 도움’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조부모의 황혼을 빌려 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온전히 자신의 아이를 스스로 돌볼 수 있는 실질적인 육아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야말로 딸의 커리어도, 엄마의 노후도 함께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해 국가에서 주는 이런 혜택이 생겨 그나마 다행입니다" (우리 엄마는 아쉽😭)
💡'황혼육아 지원금' 정보 [참고: 2026년 알아두면 좋은 황혼육아 지원 정책]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조부모의 육아 노고를 인정하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신청 자격을 미리 체크해 보세요! 1. 서울형 손주돌봄수당 (만족도 1위 정책) 지원 대상: 서울 거주 24개월~36개월 영아 양육 가정 (중위소득 150% 이하) 지원 내용: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이 월 40시간 이상 돌볼 시 월 30만 원 지급 ✅최근 소득 기준을 180%까지 완화하고 대상 연령을 만 4세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 중. 2. 경기/경남/광주 등 지역별 돌봄 수당 경기도: '가족돌봄수당' - 만 24~48개월 미만 아동을 돌보는 조부모에게 월 30만 원(1인 기준) 지원 광주광역시: '손자녀 돌봄수당' 운영 (월 10~20만 원 수준) 경남/부산: 지역별로 '조부모 돌봄 수당' 사업이 신설되거나 확대되고 있으니 거주지 주민센터 확인 필수! 신청 방법 및 팁은 '복지로' 홈페이지, 지자체 육아 포털(예: 서울시 '몽땅정보 만능키')에서 신청 가능!! |
✍️ 올마의 다정한 참견: 우리가 빌려 쓰는 '엄마의 시간'에 대하여
13년 전 영국에서 본 '개인주의'가 부러웠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저를 워킹맘으로 살게 한 건 엄마의 '조건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때론 죄송하고 때론 감사한 그 마음을 알기에, 엄마에게 짧은 문자라도 한 통 남겨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커리어를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누구인가요? 혹은 엄마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살짝 털어놓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