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7]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결혼 7년 차, 아이 소식이 없어 애태우던 저희 부부에게 기적 같은 선물이 찾아왔던 2014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한국의 '빨리빨리'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뒷목을 잡는다는 영국의 무상 의료 서비스 NHS(National Health Service). 느려 터진 이 시스템 속에서 제가 어떻게 자연 임신에 성공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웃픈 에피소드들을 공유합니다.
📍 "예약하다 애 나오겠네!" NHS의 느림과 GP 시스템
영국 병원을 가려면 먼저 동네 주치의인 GP(General Practitioner)를 거쳐야 합니다. 한국처럼 전문의를 바로 만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죠. 난임 검사 하나를 받기 위해 상담, 피 검사, 처방전을 받는 데만 몇 개월이 소요됩니다.
- 한국: 한 달이면 끝날 검사
- 영국: 최소 8개월에서 1년 소요
하지만 이 느린 속도에는 뜻밖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간호사 세 명이 붙어 나팔관 조영술을 받는 내내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며 "너는 환자가 아니라 엄마가 될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더군요. 병원비가 무료라는 점도 큰 경제적 위안이 되었습니다. 약속 날짜를 미리 문자로 알려주고 검사 결과와 상담 내용을 자세히 적은 편지를 집으로 배송해주는 체계적인 시스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올마의 현지팁: 놀라운 건, 디지털 시대인 지금까지도 영국 NHS는 이 '종이 편지'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요즘은 전용 앱(NHS App)이 생겨서 조금 빨라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의사의 공식 소견은 우편함에 꽂히는 두툼한 봉투를 열어봐야 확인할 수 있죠. 그 느릿한 종이 질감이 주는 아날로그적 긴장감은 영국 생활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인 것 같습니다."

"2026년 지금도 여전히 우편함으로 배달되는 의사의 공식 소견서"
📍 영국 난임 병원 에피소드: "남편은 어디 있나요?"
영국 난임 클리닉에서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모든 과정이 '부부 동반' 위주라는 사실입니다. 처음 피검사 결과를 보러 가던 날, 혼자 대기실에 앉아 있는 저에게 간호사가 대뜸 물었습니다.
"Where is your partner? (왜 신랑은 안 왔죠?)"
속으로만 '아니, 내 검사 결과인데 신랑이 꼭 와야 하나요? 같이 오라고 말도 안 했잖아요!'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 빼고 대기실의 모든 사람이 부부 동반이었습니다. 전날 이웃집 영국 할머니가 혼자 병원에 간다는 저를 보며 세상 가련한 표정으로 "아이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니란다"라고 하셨던 그 슬픈 눈빛의 의미를 그제야 깨달았죠.

📍 기록에 박제된 공포의 편지: "Partner failed to attend"
며칠 뒤 집으로 날아온 상담 결과 통지서를 보고 저는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거기엔 영국의 정중하지만 뼈 때리는 문장이 적혀 있었거든요.
"그날 끝내 파트너는 나타나지 않았지만(Partner failed to attend), 결과는 그녀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무슨 비련의 여주인공도 아니고, 공식 기록에 신랑이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박제될 줄이야! 그날 이후, 본인 기록이 걱정된 신랑은 모든 검사에 제 그림자처럼 동행했답니다. 🤣
📍 4. 기적 같은 자연 임신: "기다림이 준 선물"
난임 클리닉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에 임신 테스트기에 선명한 두 줄이 나타났습니다. 8개월간의 느린 검사 과정이 역설적으로 저에게 '스트레스 없는 기다림'을 선물했던 것일까요? 나팔관 조영술 직후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는 속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 과정을 공유하며 마음을 비웠던 것이 가장 큰 비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7년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아이였기에 영국의 이 느린 속도는 어쩌면 저에게 "천천히, 아이와 교감하며 준비해 봐"라고 속삭여준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아이를 기다리며 지쳐있는 분들께 제 임신 기운을 팍팍 드릴게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부부가 서로를 지지하다 보면, 천사 같은 아기는 반드시 찾아올 거예요. 제 기록에 남았던 "Partner failed to attend"처럼 웃픈 해프닝도 나중엔 다 소중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

7년 만에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아이 없이 둘이 살고 싶다고 말했지만, 지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들은 정말 부부에게는 필수라고 생각해요. 느리더라도 스트레스 없이 긍정적으로 임신을 기다리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며, 부부가 함께 과정을 공유하고 지지하다보면 천사같은 아기가 찾아 올 것이라 믿어요~ 저 처럼요 ~
제가 난임 부부들에게 임신 기운 팍팍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