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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학 미스터리: 남자는 빠지고, 여자는 찐다?

by 올마 2026. 2. 3.

[얼마 일기 #17]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오늘은 조금 재미있고도 애틋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바로 영국 유학 커플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체중 변화의 미스터리'입니다. 제 주변에도 보면 적게는 5kg 많게는 10kg까지 찌는 여학생들이 꽤 됩니다. 저 역시도 10kg 이상 쪄서 잠시 귀국했을 때 살 빼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어서 영국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죠.

 

"영국 가면 여자는 찌고 남자는 빠진다?"

 

영국에 사는 한인 커플들을 관찰해 보면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여자는 점점 생기가 돌며(?) 체격이 좋아지는 반면, 남자는 논문에 영혼을 탈탈 털린 듯 살이 쏙 빠진다는 점이죠. 저희 부부도 이 법칙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성별에 따른 체중 변화의 차이는 영국의 독특한 식문화와 생활방식, 그리고 개인의 식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여성의 체중 증가 분석: 디저트 문화]

🍰 'More!'를 부르는 유혹: 클로티드 크림과 디저트의 마법

신랑은 매일 밤 논문과 사투를 벌이며 커피와 에너지 드링크로 연명하느라 체중이 6kg나 빠졌습니다. 반면 저는 영국의 '티 타임' 문화에 완벽히 적응해 버렸죠. 영국 카페의 고소한 스콘과 진한 클로티드 크림,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들은 낯선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영국에서 여성들의 체중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디저트 문화입니다. 초콜릿, 케이크, 스콘, 푸딩, 쿠키 등 고칼로리 디저트가 일상 곳곳에 존재합니다. 영국 가족 초대나 교회 행사에서도 항상 커피나 차와 함께 고칼로리 디저트가 제공되니, 거부하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달다고 느껴져서 스콘에 클로디드 크림을 조금만 발라서 먹었어요. 

그런데 어느 샌가 그 맛에 적응되어 크림을 듬뿍 두껍게 바르면서도 "More"를 외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


반면에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디저트와 같은 단것으로 이루어진 군것질을 잘하지 않습니다. 군것질을 하더라도 여성처럼 즐기는 비율이 낮습니다. 이러한 성별 차이가 영국에서의 체중 변화 패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식사를 하더라도 여성은 추가로 커피, 초콜릿, 쿠키 등을 섭취하면서 칼로리 섭취량이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영국 스콘은 중독성

 

[통계적 근거와 인식의 차이]

📊 "Size 14가 가장 행복하다": 영국 여성이 찾은 행복의 숫자


문득 예전에 보았던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떠올랐습니다. 2008년 영국 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여성들이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드레스 사이즈 1위가 바로 'Size 14'" 였다는 사실이죠. (한국 사이즈로 66~77 정도입니다.)

최근 2026년 영국 트렌드를 살펴보면,  'Body Positivity(자기 몸 긍정주의)'를 넘어 'Body Neutrality(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라는 흐름으로 더욱 진화하고 있어요. 현재 영국 여성의 평균 드레스 사이즈는 16으로 상향됨에 따라 과거 'Size 14'가 가졌던 "가장 옷태가 나면서도 활동하기 편한 사이즈"라는 상징성이 이제는 14~16 사이로 이동 중입니다.

 

 

흥미로운 건, 패션 잡지에 나오는 아주 마른 'Size 6' (한국 사이즈 44)는 불행한 순위에 올랐다는 점인데요, 한국하고는 참 반대 양상인 것 같아요. 우리는 사이즈가 늘어날수록 우울감을 느끼지 않나요? 

 

영국 여성의 행복 VS 불행 사이즈

 


어쩌면 우리도 심하게 남의눈을 의식해서 마르고 싶은 것이지, 실제로는 무리한 다이어트보다는 적당히 곡선이 있고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상태가 심리적 만족감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그 시절 저는 영국의 풍요로운 칼로리 폭탄 식탁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사이즈'에 도달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

 

 

[남성의 체중 감소 원인 :문화적 차이]

🍺 '부어라 마셔라'가 없다: 회식 문화의 부재가 가져온 변화

영국에서 한국 남자들의 체중이 감소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회식문화의 부재입니다. 영국에서 살이 쭉쭉 빠졌던 박사과정 남학생이 잠시 3개월 정도 귀국해서 돌아왔더니, 회식으로 5kg 이상 체중이 증가한 것입니다. 한국의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 문화와 이에 동반되는 고칼로리 안주 섭취가 체중 증가의 핵심 요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밤늦은 시간의 음주와 함께하는 이러한 식사는 체중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곤 합니다.

 

반면 영국에서는 회식문화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국 회사에 파견 근무를 나왔던 지인이 약 6개월간 근무하면서 딱 한 번 회식을 했으며, 그마저도 점심식사였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가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술을 마시더라도 안주 없이 맥주 한두 잔으로 2-3시간 대화를 나누는 정도입니다. 신랑의 경우에도, 박사 과정 내내 특별한 이벤트 말고는 회식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영국에서도 콜라를 입에 달고 살거나 칩스, 케밥, 햄버거 등 Junk Food를 자주 섭취하는 남성들은 상당한 체중 증가를 경험합니다. 결국 회식문화의 부재가 자동적으로 체중 감소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식습관의 변화가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식재료와 환경적 요인]

🥔 감자는 영국의 주식: 피할 수 없는 '칼로리 폭탄' 감자 요리

하나 더 추가한다면요~~ 영국 음식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단연 감자입니다. 감자를 찌고, 굽고, 튀기는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거의 모든 식사에 감자가 등장합니다. 영국 감자는 한국 감자에 비해 상당히 달며, 여기에 버터를 바르고 치즈와 다양한 토핑을 첨가해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Chips는 영국 식문화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처음에는 두꺼운 감자튀김에 낯설어하지만, 곧 소금과 식초(Vinegar)를 듬뿍 쳐서 딥 치즈를 올려 먹는 맛에 빠져들게 됩니다.


영국인 홈스테이를 경험한 일본인 친구의 사례는 영국 식단의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거의 매일 제공되는 감자 요리를 비롯한 고칼로리 식단을 몇 달간 섭취한 결과 10kg가 증가해서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 남자들이 어학연수 중 홈스테이에서 플랫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감자 및 고칼로리 음식에 질리기 때문입니다. 자취를 시작하면 식단이 다시 한국식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체중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영국 자켓 포테이토

 

 

[정서적 요인: 심리 분석]

🧠 뇌를 쓰는 긴장감 vs 마음을 채우는 허기

 


이렇게 영국에서 한국 남녀가 살이 찌고 빠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저는 '정신적 요인이 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남자가 살이 빠지는 이유는 논문을 쓰거나 영어로 소통하며 성과를 내야 하므로 극심한 정신적 소모를 겪습니다. 뇌가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 살이 쭉쭉 빠지기도 하죠. 또한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낯선 상황, 생활환경 적응 과정에서 긴장 상태가 유지되어 살이 찔 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자가 살이 찌는 이유도 정신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신랑만 믿고 온 객지 생활의 외로움이 '감정을 채우기 위한 배고픔'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허하다는 느낌, 이는 단순한 생리적 배고픔이 아니라 정서적 공허함을 음식으로 채우려는 시도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모이면 가장 먼저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희와 같이 영국 지방도시에서 한국음식을 쉽게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가 터져라 먹거든요.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체중 역전 현상이 일어납니다. 귀국하면서 자연스럽게 식욕이 떨어집니다. 넉넉한 사이즈의 영국 여성들을 보다가 마른 한국 여성들을 보면 '아 그만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또한 가족의 지나친 관심이 곡기를 끊게 만듭니다. 영국의 달디 단 디저트와 달리 한국의 나물, 생선 등 저칼로리 식단이 자연스럽게 체중 감소로 이어져 실제로 10kg 이상 증가했던 체중이 몇 달 만에 예전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다만 남자들은 다시 회식 문화에 적응하면서 살이 찌기 시작합니다.  

 

 

결국 영국에서의 체중 변화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낯선 땅에서 각자가 삶을 버텨낸 '적응의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는 책임감이라는 긴장감 속에 몸을 깎아냈고, 누군가는 낯선 외로움을 달콤한 디저트의 온기로 채웠던 것이죠. 하지만 살이 빠져 퀭해진 신랑을 보는 아내의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행복 사이즈'에 도달한 저의 에너지를 신랑에게도 나눠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영국인들에게는 평범한 식재료지만, 우리 부부에겐 최고의 보양식이 될 '그것'을 구하러 마트로 달려가기로요. "여보, 오늘 저녁은 제대로 몸보신 좀 해야겠어!" 논문과 사투를 벌이는 신랑을 위해 꼬박 하루를 고아냈던 뽀얀 국물의 기록. 영국 마트에서 찾은 '옥스테일(Oxtail) 대작전'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