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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커피 주는 영국 고급 마트, 부러웠던 진짜 이유

by 올마 2026. 2. 1.

[올마 일기 #14]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오늘은 이전 글에서 최애 영국 마트라고 꼽은 영국 웨이트로즈 (Waitrose) "무료 차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해 드리려고 합니다.  

 

영국에 살 때 제 일상의 시작은 웨이트로즈였습니다. 회원 카드 하나면 즐길 수 있었던 'Tea for One'. 클래식하고 단단한 웨이트로즈 특유의 찻잔에 담긴 뜨거운 홍차는 외로운 유학생 아내의 생활의 피로를 녹여주는 비타민 같았지요. 그 찻잔이 너무 탐나서 하나 사고 싶을 정도로, 그 공간은 저에게 단순한 마트 이상의 휴식처였습니다. 

 

 

웨이트로즈 무료 티 세트

 

웨이트로즈 무료 차 서비스가 만들어낸 영국식 소비 계급문화

 

웨이트로즈의 무료 차 서비스는 처음 접하는 저와 같은 외국인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는 매장 한편에 마련된 작은 코너에서 웨이트로즈 회원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고객은 별도의 비용 없이 차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특정 멤버십 회원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혜택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웨이트로즈 "무료 차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 즉 그 정체는 "웨이트로즈의 주 고객인 중산층의 반란"입니다. 이들은 특권 의식이 강해서 인지, 자신들과 급(?)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쇼핑하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곳에서 쇼핑을 할 것도 아니면서, 테스코 쇼핑백을 들고 와서는 공짜로 커피만 마신다는 것도 지적합니다.

 

우리가 웨이트로즈 주 고객인데, 왜 다른 이들이 그 혜택을 받느냐?

 

당장 무료 커피 제공을 그만두라고 웨이트로즈에 강하게 요구합니다. 그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026년 현재, 웨이트로즈의 무료 음료 서비스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조금 더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마이 웨이트로즈 멤버십 카드 한 장만 달랑 가지고 가면 되었는데 말이죠)

 

웨이트로즈 멤버십 카드만 있으면 무료 차 마셨던 시절

 

☕ 2026년 웨이트로즈 '무료 음료' 생존 보고

🍵"컵 없으면 국물도 없다": 이제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찾는 건 불가능. 2026년의 영국 엄마들은 유모차 옆에 '웨이트로즈 전용 텀블러' 나 예쁜 개인 컵을 꽂고 다니는 게 마트 패션의 완성.

📲'Scan, Pay, Sip'의 공식: 카드는 사라지고 이제는 앱으로 물건을 스캔하면서 장을 보고, 결제 직후에 앱 바코드를 커피 머신에 찍는 방식. (아주 작은 사과 하나만 사도 마실 수 있는 '너그러움'은 다행히 남아있습니다.)

고급화된 원두: 2026년 들어 웨이트로즈는 환경뿐만 아니라 '맛'에도 더 집중. 웬만한 카페보다 낫다는 평을 유지.
한 때 제가 다니는 웨이트로즈에서는 갑자기 원두 맛이 이상하다고 불만이 폭주했던 일도 있긴 했어요. 😨

 

 

 

웨이트로즈 티(tea) 서비스의 핵심은 ‘무료’가 아니라 ‘신뢰’ 에 있다. 직원이 상주하며 관리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고객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주변을 배려하며 이용합니다. 영국 사회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자율성과 책임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교육됩니다. 웨이트로즈의 무료 차 공간은 이를 실생활에서 체험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무료라고 해서 차 한잔을 놓고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물지 않아요. 또한 컵을 사용한 뒤 제자리에 놓고, 다음 이용자를 위해 주변을 정돈하는 행동은 강요가 아니라 암묵적인 사회적 약속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러한 문화는 소비자를 ‘관리 대상’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영국식 시각을 잘 보여 줍니다. 웨이트로즈는 무료 차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주며, 고객들을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보다 더 좋은 환영이 어디 있겠어요? 

 

웨이트로즈 매장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잠시 머물며 휴식을 취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호감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되고, 이는 장기적인 충성 고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현재에도 웨이트로즈가 영국 중산층 이상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이러한 철학적 서비스 설계에 있다고 봅니다.

 

 

영국 아이들이 조용한 식사 , 'Table Manners'

제가 웨이트로즈에서 차를 마시거나 브런치를 할 때마다 가장 놀라운 건 아이들의 모습이었어요. 영국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비교적 차분하고 질서를 잘 지킨다는 인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돌쟁이 아기도 유모차나 하이체어에 앉아 엄마 아빠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자기 몫의 간식을 먹으며 조용히 기다리곤 하죠.

 

식당이나 카페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기 힘든 이유는 영국의 가정과 학교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태도’를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도서관, 마트, 카페 같은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우며 성장합니다.

 

제가 웨이트로즈에서 어떤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영국인 꼬마 아이가 실수로 제 팔을 치고 지나가는데 바로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입에서 "I'm sorry"가 자동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보며... '아~ 나도 저렇게 키워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식사 예절도 얼마나 좋은지... 

 

특히 웨이트로즈와 같은 마트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직접 모범을 보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줄을 서는 동안 뛰지 않기, 다른 사람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소음을 최소화하기 같은 기본적인 매너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공공 규칙을 몸으로 익힌다. 이러한 교육은 훈육보다는 설명과 공감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아이 스스로 ‘왜 지켜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영국 사회는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동시에 심어 줍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됩니다. 

 

웨이트로즈 차도 맛있지만, 라떼도 강추

 

'노키즈존' 대신 '예절 교육'을 택하는 영국 문화

 

영국에는 한국처럼 '노키즈존'이 드뭅니다. 대신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실례를 하면 부모는 즉시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진정시킨 뒤 다시 들어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배우는 아이들. 웨이트로즈 찻잔 너머로 본 그 모습들은 저에게 큰 문화적 충격이자 배움이었습니다. 

 

웨이트로즈의 무료 차 서비스와 영국 아이들의 공공 매너는 서로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같습니다. 바로 ‘신뢰 기반 사회’라는 공통된 가치입니다. 기업은 고객을 믿고 공간을 개방하며, 사회는 아이들이 그 신뢰를 깨지 않도록 교육합니다. 이 선순환 구조가 영국 특유의 차분한 소비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2026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무인 매장과 자율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영국의 사례는 공공 매너와 시민 의식이 뒷받침될 때 자율 서비스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웨이트로즈는 단순히 고급 상품을 파는 마트가 아니라, 영국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생활 방식을 일상 속에서 체험하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무료 차 한 잔과 아이들의 매너 있는 태도는 영국 소비문화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저는 쇼핑을 하지 않아도 카드 소지자들에게 무료 차를 제공하는 웨이트로즈 정책이 참 감동이었습니다. 지금은 아주 소량의 물건이라도 구매를 해야 하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요. 외국인으로서 웨이트로즈의 무료 차 서비스와 매너 있는 영국 아이들의 모습에서 신뢰와 배려가 무척이나 느껴졌습니다. 소비 공간에서조차 교육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영국의 모습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한참 부족해서인지 참으로 부럽기만 합니다. 오늘따라 웨이트로즈의 차가 더 마시고 싶어 집니다. 😝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국에도 '노키즈존' 대신 이런 '예절 교육의 공간'이 많아진다면 어떨까요? 

웨이트로즈의 찻잔 너머로 본 영국의 풍경,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