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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 날리는 2026 영국 팬케이크 데이 레서피

by 올마 2026. 2. 19.

[올마일기 #37] 명절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목요일, 유독 몸이 무겁게 느껴지시나요? 마침 어제인 2026년 2월 18일은 영국에서 가장 달콤한 축제로 불리는 '팬케이크 데이(Pancake Day)'였습니다. 13년 전 영국에서 처음 이 문화를 접했을 때의 당혹스러움과 즐거움, 그리고 오늘날 우리 집 식탁에서 재현된 영국식 팬케이크 레시피를 통해 명절에 지친 마음을 달래는 특별한 휴식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1. 영국 팬케이크 데이 원조 논쟁과 사순절 전통

영국은 사순절(Lent) 시작에 앞서, 바로 전 날을 팬케이크 데이로 지킵니다. 특히 영국, 아일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이 날을 Shrove Tuesday(참회의 화요일)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기독교 전통에서 전래된 것입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의 금욕을 대비하기 위해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 재료들을 모두 소진해야 했고, 밀가루, 버터 및 계란 등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재료들로 만들어 먹은 음식이 바로 팬케이크였지요. 

 

영국식 팬케이크 재료
영국에서 만든 BBC 레서피 팬케이크

 

 

이 기간동안 영국 대형 마트에는 즉석 팬케이크 가루와 시럽 등이 진열 됩니다. 과거 사순절의 경건하고 절제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어 보이는 요즘 영국이지만, 그래도 음식만은 굳건히 전통으로 남은 모양입니다. BBC 홈페이지에도 이 날 먹을 팬케이크 만드는 요리법까지 소개될 정도이니까요. 추석이나 설과 같은 명절을 앞둔 시장에는 각종 제수용품과 음식들로 넘쳐나듯, 비록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팬케이크 데이를 앞둔 영국의 마트에도 관련 상품들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됩니다.

 

영국 대형마트 팬케이크 재료 판매 중

 

 

특히 올해 2026년에는 최근 영국의 역사가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 팬케이크 데이 원조'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역사가 스탠 윙클러(Stan Winkler)는 팬케이크 데이의 기원이 북웨일스의 한 펍(Pub)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을 제기했습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537년이라는 아주 이른 시기에 이미 웨일스 지역에서 팬케이크와 관련된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1445년 잉글랜드 올니(Olney) 마을의 '팬케이크 레이스'가 원조로 알려져 있었지만, 윙클러의 가설이 힘을 얻으면서 '팬케이크 데이의 고향은 웨일스'라는 새로운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13년 전 제가 영국에 머물 때만 해도 몰랐던 이 놀라운 역사적 사실이 2026년의 저를 다시 한번 공부하게 만드네요. 

 

2. BBC 영국 셰프 팬케이크 레시피 

일반적으로 영국식 팬케이크는 다소 프랑스 음식인 크레페하고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밀가루, 우유, 계란을 넣고 팬케이크 반죽을 만들어, 얇고 넓적하게 팬에 버터를 두르고 구우면 끝입니다. 전통적으로 구운 팬케이크 위에 가루 슈가 파우더를 눈이 소복하게 오듯 뿌린 다음, 신선한 레몬즙을 첨가하여 둘둘 말아서 먹으면 됩니다. 물론 기호에 맞게 시럽이나 잼과 함께 먹어도 됩니다. 저는 세 가지 형태를 모두 현지에서 먹어 본 경험이 있는데요, 저는 영국식 팬케이크 스타일이 취향에 맞는 것 같아요~ 

 

구분 영국 미국/캐나다 프랑스
팬케이크 형태 얇고 넓적함 (크레페 유사) 두껍고 폭신함 매우 얇음 (크레페)
전통 토핑 설탕, 레몬즙 메이플 시럽, 잼 설탕, 누텔라
문화적 의미 사순절 전 전통 의식 일상적인 아침 식사 디저트 문화

 

 

 

BBC Occasion Food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국식 팬케이크 레시피를 참조하면 더욱 완벽한 팬케이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죽을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숙성시키면 더 쫄깃해지는 팁도 있습니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반죽을 얇게 펴서 노릇하게 굽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 구워진 팬케이크 위에 신선한 레몬을 짜고 설탕을 솔솔 뿌린 뒤 돌돌 말아주면 클래식한 영국 스타일의 팬케이크가 완성됩니다.

 

BBC Food Pancake Day recipe (출처: BBC)

 

🥞영국식 팬케이크 만들고 싶으시면 ----> BBC food 바로가기

 

저는 영국에서 살면서 매년 교회, 학교에서 팬케이크 데이를 보냈습니다. 가장 처음에는 국제 학생들을 위한 모임에서 처음으로 팬케이크 데이를 알게 되면서 영국식 팬케이크 레시피와 즐기는 법을 알게 되었는데요. 역시나 영국인들은 뭐든지 토핑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뿌려서 먹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스콘을 먹을 때 엄청난 크림과 함께 먹는 것과 같아😉)

 

 

심지어 영국에는 팬케이크를 만드는 아기자기한 도구까지 있을 정도로 영국인들의 팬케이크 사랑이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날만 되면 시내 백화점, 샵 등을 다니면서 진열되어 있는 팬케이크 요리 도구들은 구경하느라 바빴던 기억이 있네요. 사진 속 이런 알록달록한 귀여운 도구들이 있으면 정말 요리할 맛 날 것 같습니다. 마트마다 팬케이크를 쉽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이 넘쳐나니, 보통 영국 가정에서도 팬케이크 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켄트 대학 2026 팬케이크 데이 인스타
우리 신랑이 졸업한 켄트 대학 2026 팬케이크 데이 인스타 (출처:unikentlive)

 

 

3. 팬케이크에 담긴 추억과 문화적 의미

매년 돌아오는 영국 팬케이트데이에 신랑은 저에게 영국식 팬케이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실 팬케이크는 우리 신랑과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특별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우리 신랑이 예전에 블로그에서 쓴 글을 옮겨 놓아 볼게요. 

 

 

"정확히 10살 때였습니다. 큰 건물의 지하실에 살던 그때, 어머니께서는 종종 팬케이크를 구워주셨습니다. 잼에 발라먹던 팬케이크는 아니어서 설탕이 무척 많이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 외출하셨던 어느 날, 나는 나 스스로 팬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집에 있던 밀가루, 우유, 계란, 버터, 설탕, 소금만으로 내가 생각해도 꽤 괜찮은 팬케이크를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생 첫 요리였습니다.

 

누텔라 토핑 팬케이크

 

 

이런 추억이 있는 팬케이크라서 그런지, 신랑은 영국 팬케이크 데이 날 절대 못 참겠죠? 물론 저는 신랑이 만들어 준 팬케이크를 맛있게 먹으면서 사준설을 잘 보냈습니다. 영국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사순절 기간에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잠시 중단하거나 좀 덜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쇼핑, 초콜릿이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을 좀 덜 먹는다든지 등등,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요. 

 

신랑은 귀국 후에도 팬케이크를 만듭니다. 

"한국에 오면서 종종 팬케이크를 해 먹게 되었습니다. 과거 사순절을 앞둔 영국인들이 먹던 팬케이크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입니다. 와이프도 더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한국에서 더 이상 팬케이크를 즐겨 먹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집에서 인기도 없는 팬케이크를 만들까요? 팬케이크가 인생 첫 요리여서도 아니고, 단 음식이 먹고 싶어서도 아닙니다. 그저 나만을 위한 음식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건 말건 상관없는 나를 위한 음식, 그것이 팬케이크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 우리 아이들은 아빠의 팬케이크 팬이 되었습니다. 특히 주말 아침에는 항상 아빠의 팬케이크가 구워지곤 합니다. 아이들은 식탁에 앉아 아빠의 팬케이크를 기다리고 서로 더 먹겠다며 전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그것을 보는 아빠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하지요. 와이프는 먹지도 않는 팬케이크였는데, 아이들은 나중에 아빠가 팬케이크 가게를 차렸으면 좋겠다고 하니까요.

 

아빠의 팬케이크를 기다리는 딸
아빠 팬케이크가 최고라는 까롱이

 

 

 

13년 전 영국에서 처음 팬케이크 데이를 접했을 때의 호기심이 오늘의 일상이 되기까지, 그 여정에는 문화적 이해와 개인적 추억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영국 할머니들이 길거리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달리는 '팬케이크 레이스'를 보며 '참 유쾌한 나라구나'라고 생각했던 그때, 직접 구워보니 생각보다 얇게 펴는 게 어려워 끙끙대던 신랑의 초보 시절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이제는 능숙하게 팬케이크를 뒤집고, 갓 우려낸 홍차에 우유를 타서 마시는 것이 우리 가족의 가장 다정한 '소울 푸드'가 된 셈입니다.

 

 

✍️ 올마의 다정한 참견: 명절 뒤풀이는 가족 소울푸드로 시작하세요!

영국 팬케이크 데이는 단순한 음식 축제를 넘어, 사순절의 종교적 의미와 공동체의 문화가 결합된 오랜 전통입니다. 13년 전 저에게는 낯설고 신기했던 이 문화가 어느덧 우리 집 식탁의 소박한 일상이 되었네요. 팬케이크는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지친 하루의 위안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오직 나만을 위한 특별한 선물입니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내고 다시 무거운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얇게 구운 팬케이크 한 장에 레몬즙과 설탕을 뿌려보세요. 그 달콤하고 상큼한 한 입이 여러분의 일상에 기분 좋은 쉼표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