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18]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요즘 SNS를 보면 대학 합격 소식이 속속 들려옵니다. 얼마 전 알고 지내던 지인의 딸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축하한다"는 말 뒤에 찾아오는 부러움과 함께 저는 그 아이의 공부 비결이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지인(아빠)이 들려준 비결은 예상과는 완전히 비껴간 답이었어요.
"결핍입니다." 😱
📍 대치동의 역설, 번아웃 뒤에 찾아온 독립
아이는 강남 8 학군 대치동 출신이에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주변의 대치동 엄마들은 초등학교 때까지 돈과 시간으로 성적을 만들어줄 수 있지만, 중학교에 가면서 아이와 엄마 모두 번아웃에 빠지는 사례가 흔하다고 합니다.
이 아이 역시 번아웃 이후 모든 사교육을 중단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너무 바빠 살뜰히 챙기지 못하는 사이, 아이는 비로소 '완전 독립적' 으로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부재'와 '결핍' 속에 답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반수를 결정하고 서울대에 합격하기까지, 아이를 움직인 건 부모의 서포트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은 서울대학교를 입학했다면, "가장 궁금한 점은 어떻게 공부했나요?" 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다는,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를 스스로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 아이는 바쁜 부모의 부재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야만 했던 결핍된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해야만 하는 동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아이를 서울대로 이끈 힘은 부모의 완벽한 서포트가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야만 했던 '자기 주도적 결핍'이었던 셈입니다.

🧠 결핍이 공부의 원동력이 되는 심리학적 이유
1. 자기결정성 이론: "간섭이 사라질 때 자율성이 깨어난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에 따르면 인간에겐 자율성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있습니다. 부모가 바빠 챙기지 못한 '결핍'이 역설적으로 아이에게 자율적 공간을 제공했고, 뇌는 공부를 '자신의 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2. 희소성 원리: "부족함이 집중력을 만든다" 하버드대 센딜 멀레이너선은 '결핍'이 인지 능력을 예리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내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핍을 느낄 때 뇌는 생존을 위한 고도의 집중력 모드로 전환됩니다.
3. 성장 마인드셋과 회복탄력성: 캐롤 드웩의 이론처럼, 번아웃 이후 스스로 일어선 아이는 회복탄력성이 극대화됩니다.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본인이 느낀 '지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스스로 에너지를 끌어올린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대치동의 과잉보호는 아이의 '자율성 지능' 을 잠재웁니다. 하지만 지인의 딸이 겪은 부모의 부재와 번아웃 이후의 공백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운전하게 만드는 '자기결정성'의 스위치를 켜주었습니다. 결핍은 아이를 굶주리게 했고, 그 지적인 허기가 결국 서울대 합격이라는 열매를 스스로 따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이죠."

🇬🇧 영국 유학 시절, 나를 움직인 '지적 허기'
이 지점에서 '나는 어떤 엄마인가?' 돌아보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지인이 저의 딸을 바라보면서
"아이에게 너무 풍족하게 해 주면 안 돼~~~ 결핍이 중요해~~~"
이 지점에서 저는 영국 유학 시절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늦은 나이에 영국 대학 석사 입학 후, 기숙사에서 밤을 지새우며 누구의 강요도 아닌 나의 의지로 그 두꺼운 책들과 씨름하고 있었거든요. 내 생애 가장 많은 책을 매일같이 읽어내야만 했습니다. 그 방대한 양의 독서를 견디게 한 건 '시험 점수'가 아니라, 수업 토론에서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절실한 '지적 허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수능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떠먹여 주는 '독서와 공부를 하다가, 정작 대학에 가는 순간 책을 덮어버리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동기부여의 동력이 꺼져버리는 것이죠.
📚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독서
2026년 오늘, 대한민국이 '독서국가'를 선포하며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인공지능(AI)이 모든 지식을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시대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정답을 외우는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책 속에서 길을 찾는 힘'입니다.
현재 독서 코칭을 하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저 역시 이 지점을 가장 깊이 고민합니다. "무엇을 읽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읽고 싶은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지인의 딸이 결핍 속에서 공부의 이유를 찾았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허락해 주어야 합니다.
서울대에 합격한 그 아이의 책장이 참 궁금합니다. 어떤 책들이 그 아이의 문해력을 단단하게 만들었을까요? 부모가 아이의 번아웃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아이보다 자신의 일에 몰두하며 '스스로 자랄 환경'을 준 것이 결론적으로 아이를 AI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키워냈습니다. 저는 그 아이도 대견하지만, 그 부모가 더 대단해 보이네요. (내려놓는다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거잖아요.)
지인 딸이 우리 딸과 느낌이 비슷하다는 말에 기분이 묘하게 좋네요.
저도... 우리 아이 그냥 놔둬야 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