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 일기 #25] 안녕하세요, 올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No Kids Zone)' 논란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10여년이 흘렀습니다. 2014년 무렵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일시적인 유행인 줄 알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비행기 좌석부터 대형 카페까지 우리 삶의 깊숙한 'TPO 분리' 현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TPO란?
T (Time): 시간 / P (Place): 장소 / O (Occasion): 상황·계기
즉,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는 에티켓이나 차림새를 의미합니다.
오늘은 영국 현지의 뜨거운 찬반 논쟁과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공존의 예절' 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찬성: "성인의 휴식권도 존중받아야 한다" (Telegraph & 항공사)
1. 영국 텔레그래프: "모든 사람이 아이 있는 삶을 선택(Opt-in)한 것은 아니다" 최근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는 성인의 휴식권을 강조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모든 공공장소가 아이 중심일 필요는 없으며, 아이 없는 평화를 선택한 사람들의 권리도 '괜찮은(Fine)' 일이라는 것이죠.
2. 항공사의 자본주의적 선택: 실제로 해외 항공사(에어아시아, 스쿠트 등)는 이미 10년 전부터 '콰이어트 존(Quiet Zone)'을 도입했습니다. 비행기를 장거리 이동을 위한 '유료 숙박 시설'로 보는 승객들에게 추가 비용을 내서라도 수면과 휴식이라는 상품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3. 레딧(Reddit)의 일침: "TPO를 모르는 부모가 문제" 세계 최대 커뮤니티 레딧 유저들은 아주 직설적입니다. 아이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분위기 좋은 카페(P)나 조용히 쉬는 상황(O)에서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의 상황 판단 능력 부족' 이 노키즈존을 만들었다고 꼬집습니다.

📍 반대: "아이를 지우는 사회는 미친 짓이다" (Independent)
반면, 영국 인디펜던트의 편집장 헬렌 커피는 노키즈존 열풍을 "완전히 미친 짓(Unhinged)"이라 비판합니다.
공공장소의 본질: 식당과 비행기는 개인 거실이 아닙니다. 사회의 일원이라면 우는 아기나 시끄러운 이웃을 견뎌야 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입니다.
위험한 미끄럼틀: 오늘 아이를 금지하면, 내일은 노인을, 모레는 특정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배제하게 될까요? 특정 집단을 '방해물'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사회의 공존 시스템은 무너집니다.
예절 배울 기회의 박탈: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배제되면 '사회 예절을 배울 기회'를 잃게 되고, 이는 결국 무례한 성인을 양산하는 악순환이 됩니다.
📍 영국 식당에 노키즈존 드문 진짜 이유: '공존의 훈육'
신기하게도 영국 식당에는 '노키즈존' 팻말이 드뭅니다. 하지만 현지 식당은 꽤 평화롭습니다. 왜 일까요?
직접 경험한 영국 부모들은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면 즉시 '타임아웃(Time-out)'을 가집니다.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진정시킨 뒤 다시 들어오죠. 영국 부모들은 아이에게 "공공장소는 타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곳"임을 아주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가르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강조하는 '사회적 생존 지능'입니다.
인디펜던트가 말한 '공존의 기회'는 단순히 참아주는 쪽의 인내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장소와 상황에 맞는 예절(TPO)을 혹독하게 가르칠 때 비로소 '노키즈존 없는 사회'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Reddit) 유저들 역시 한국의 노키즈존 표지판을 보며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레딧 토론장의 유저들은 아주 직설적입니다. 노키즈존 찬성파들의 주장을 관통하는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식당에 아이가 오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고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 옆에서
내 비싼 저녁 식사를 망치고 싶지는 않다."
해외 유저들은 노키즈존이 생기는 근본 원인이 '아이'가 아니라 '부모의 책임 방기' 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의 노키즈존 현상을 보며 "안전사고 위험(뜨거운 국물 등) 때문에 업주가 방어적으로 변한 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하죠. 단순히 아이들이 싫은 게 아니라, "분위기 좋은 카페나 조용한 식당(P)에서, 쉬러 온 다른 손님들이 있는 상황(O)" 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전혀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의 '상황 판단 능력 부족'을 꼬집고 있는 거예요.
📍 노키즈존 논란을 끝내는 법: '부모가 환경이다'
한국의 노키즈존은 어쩌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공장소 예절'을 연습할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노키즈존 10년, 이제 우리는 감정적인 싸움을 넘어 본질을 질문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타인의 평화를 해치고 있을 때, 나는 단호하게 훈육하고 있는가?
vs '아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며 방관하고 있는가?"
진정한 생존 지능은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의 자리를 존중하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데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이 사회적 예절을 배울 기회를 뺏지 않으려면, 부모인 우리가 먼저 그들의 올바른 환경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결국 노키즈존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입니다.
"아이의 예절 교육은 결국 부모의 상황 판단력에서 시작됩니다" 부모인 우리가 먼저 아이에게 올바른 환경이 되어주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은 노키즈존이 부모의 훈육 문제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아이들의 권리 문제라고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