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마일기 #39] 명절이 끝난 저녁, 가족을 위해 정성껏 차려진 남편표 떡국 한 그릇. 그 위에 올라간 노른자와 흰자가 완벽하게 분리된 지단을 보며 아이들은 "아빠,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라고 감탄했습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놀랍게도 군대에서 받은 '벌'이었습니다. 취사장에서 감자를 깎고 설거지를 하던 청년이 어떻게 가족의 셰프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벌이 선물로 바뀐 필자의 남편의 요리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군대 취사병 시절, 요리와의 첫 만남
많은 남성들이 군 복무 중 취사병 근무를 기피합니다. 하지만 남편의 경우는 사고를 친 덕분에 약 2주 동안 취사장에 지원을 나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요리의 세계를 만났습니다. 취사장 청소와 정리를 하며 취사병들의 어깨너머로 요리하는 모습과 과정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돌이켜 보면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대량 급식 속에서도 맛의 한 끝을 찾아내고, 남들이 대충 썰 때 칼 각을 맞추는 디테일을 배웠습니다. 당시에는 벌칙으로 끌려간 공간이었지만, 그곳에서 피어난 재능은 훗날 가족의 식탁을 책임지는 귀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꿈에도 몰랐을 거예요. '내가 와이프 대신에 요리를 하게 될 줄이야!!'
제대 후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기에 집에서 요리할 일이 거의 제로였습니다. 할 필요도 없었고, 기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군대 취사장에서 무의식적으로 축적된 요리에 대한 관심은 그의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는 곧 인생의 전환점이 될 특별한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시기 | 상황 | 배운 점 |
|---|---|---|
| 군 복무 중 | 취사장 지원 2주 | 칼질, 맛의 디테일 |
| 제대 후 | 부모님과 거주 | 요리 기회 제로 |
| 유학 시절 | 영국 생활 | 본격적 요리 시작 |
영국 유학 생활, 본격적인 요리의 시작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게 된 계기는 영국이라는 낯선 공간에서의 유학 생활이었습니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와이프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할 정도로 갖은 정성을 다 바쳐 요리를 했습니다. 점심 도시락까지 싸 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요? 물론 연애 초기에나 그랬고, 두 달 정도 지나면서는 설거지 정도는 시켰죠. 이러한 생활은 영국에서 꽤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영국에서 살면서 남편이 했던 요리들을 손꼽아 보면 김치, 육개장, 콩나물국밥, 보쌈과 같은 한국 요리뿐만 아니라 파스타와 같은 외국 요리들도 틈틈이 만들어 먹었습니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외식을 자주 할 수도 없었기에 주로 집에서 가정 요리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부부만의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유학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그를 요리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식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영국에서 한국 음식을 재현해 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군대 취사장에서 배운 기본기와 관찰력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한된 재료로 최대한의 맛을 내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그는 점차 가족의 든든한 셰프로 성장해 갔습니다.
명절 떡국, 아빠표 요리의 완성
명절 마지막 날, 뒤풀이 겸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떡국을 먹기로 결정했습니다. 레시피가 있어야만 요리를 할 수 있는 필자와는 달리, 남편은 떡국을 끓이는 것부터 시작해 완벽한 한 그릇을 완성해 냈습니다. 아내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SOS를 요청하자, 남편은 황당 겸 웃긴다는 표정으로 우리 집 셰프가 되어 아빠표 떡국을 끓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우 채끝살을 지단처럼 얇게 잘라 굽고,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해서 지단을 이쁘게 부치고, 뼈국물을 끓이고 마늘, 소금을 넣어 팔팔 끓였습니다. 거기에 떡국떡을 넣고 떡이 다 익으면 이쁘게 지단과 고기, 파를 올려 떡국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노란색과 흰색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정갈하게 올라간 지단은 군대 취사장에서 연마된 칼질과 영국에서 익힌 섬세한 테크닉이 만나 완성된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쁘게 차린 떡국을 보고, 싫어하는 파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며 감탄했습니다. "아빠가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 주니까 편식을 안 하게 된다", "채소를 먹고 싶지 않아도 아빠가 해 주니까 먹어보고 싶다" 아빠가 듣기 좋은 말만 가득하며, 너무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남편도 행복합니다.

떡국을 안 좋아하던 필자도 이날만큼은 남편의 요리 실력에 감탄하며, 요리 잘하는 남편을 둔 아내인 저는 아주 행복합니다. 동시에 필자도 종종 남편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긴긴 설날 연휴는 가족과 즐거운 식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 요리 단계 | 재료 및 방법 | 핵심 포인트 |
|---|---|---|
| 고기 준비 | 한우 채끝살 얇게 썰어 굽기 | 지단처럼 얇게 자르기 |
| 지단 만들기 | 흰자, 노른자 분리하여 부치기 | 완벽한 색 분리 |
| 국물 끓이기 | 뼈국물, 마늘, 소금 | 팔팔 끓여 깊은 맛 내기 |
| 마무리 | 떡국떡, 지단, 고기, 파 | 정갈한 플레이팅 |
✍️ 올마의 다정한 참견: 오늘의 고단함은 내일의 식탁을 풍성하게 할 가장 맛있는 고명이 된다.
인생은 참 알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겐 벌이었던 군대 취사장 시간이 남편에게는 평생의 재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고, 덕분에 가족은 매일 따뜻한 위로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명절 끝, 남편이 정성껏 부친 지단을 떡국에 올리며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힘든 시간도 어쩌면 나중에 아주 맛있는 인생의 고명으로 쓰이지 않을까 하고요. 요리 잘하는 남편 덕분에 행복한 식탁을 누리는 가족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엄마들을 위한 FAQ]
Q. 요리 초보도 지단을 예쁘게 부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계란 지단용 사각 팬에 기름을 두른 후 키친타월로 아주 얇게 코팅하듯 닦아내고, 중 약불로 온도를 맞춘 후 계란물을 부으면 됩니다. 가장자리가 살짝 들리기 시작할 때 젓가락을 중앙에 끼워 들어 올리면 찢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뒤집을 수 있습니다.
Q. 남편이 요리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필자의 남편처럼 작은 계기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함께 간단한 요리부터 시작해 보거나,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요리에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설사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어주는 센스가 필요👌)
Q. 유학 생활 중 한식 요리를 잘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A. 영국 유학 필수 양념 세트 (고추장, 된장, 간장, 참기름 등)와 한식 조리법을 미리 익혀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치, 육개장, 콩나물국밥, 보쌈 같은 대표 한식 레시피를 숙지하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대체 재료도 미리 조사해 두면 좋습니다.
(음식을 좋아하면 요리도 잘할 수 있어요.)
Q. 아이들이 편식을 하는데, 요리로 개선할 수 있나요?
A. 필자의 남편처럼 음식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플레이팅하고, 아이가 싫어하는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리하면 효과적입니다. 특히 부모가 정성껏 만든 음식이라는 점을 아이들이 느끼면, 먹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겨 편식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필자의 남편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한 번은 씹어 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뱉으라고 합니다. 즉 시도가 중요해요)